최근 북한 매체들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및 중국 순방 소식을 예전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보도한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도 자제하고 있어 주목된다. 2012년 강성대국 원년을 맞아 국가 이미지를 순화시키려는 취지란 분석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귀국한 김 위원장을 후계자인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 등이 국경역에서 맞이했다고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21일 러시아 방문을 시작, 24일 동부 시베리아의 울란우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중국을 경유해 6박7일만에 귀국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출국한 뒤부터 상세한 일정과 주요 발언 등을 곧바로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매체들은 이전엔 침묵을 지키다 김 위원장이 귀국할 시점이 돼서야 보도를 했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에서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이 자취를 감춘 것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달 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남북 비핵화 회담 이후 이 대통령을 겨냥한 실명 비난이 점차 줄다 최근에는 아예 사라진 것.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과 노동신문은 최근 이 대통령을 실명 대신 '남조선 당국자'나 '남조선의 현 집권자'로 에둘러 표현했다. 실제로 21일 이후 북한매체에서 이 대통령의 실명이 언급된 적이 없다. 북한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거의 매일 이 대통령을 '리명박 역적패당'이나 '리명박역도'등의 거친 표현을 써 가며 비난했다.
이러한 변화는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속내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해 남한까지 연결하는 사업이 논의되고, 제2차 남북 비핵화 회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발리 남북 비핵화 회담시 우리 정부가 이 대통령의 실명 언급을 가급적 자제해 달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연관성도 주목된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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