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 실시되고 있는 주파수 경매가 1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시작된 주파수 경매는 입찰 당사자들의 필사적인 경쟁으로 이미 적정 가격을 훌쩍 넘겨 이번 주 1조원을 돌파할 전망. 이쯤 되면 결과가 어찌되든 '승자의 저주'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적잖은 후유증이 우려된다.
28일 방송통신위원회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위해 SK텔레콤과 KT가 맞붙은 1.8㎓ 주파수 경매 입찰가격이 4,455억 원에서 26일 현재 9,950억 원까지 치솟았다. 양 사의 누적 입찰 횟수는 17일부터 8일 동안 82회에 이른다. 그만큼 양 사가 1.8㎓ 주파수 확보에 필사적이어서 피 말리는 입찰 경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매일 최종 입찰가 대비 1%씩 입찰가를 올리던 양 사는 1조 원에 육박한 26일 오후에 KT에서 유예 신청을 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양 사는 각각 두 번씩 유예신청을 할 수 있다. 유예 신청을 하면 30분 간 더 생각할 시간을 준다. 마침 KT가 유예 신청을 한 시간이 26일 마감 직전이어서 입찰이 29일 개시시점까지 자동 연기됐다.
KT가 유예 신청을 한 것은 조 단위 돌파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입찰가격이 조 단위에 육박하면서 주말 동안 신중하게 생각해 보자는 전략에 유예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29일 재개되는 경매가 이번 주파수 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단, 양 사는 모두 추가 입찰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1조 원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KT 관계자는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이유가 없다"며 추가 입찰 의사를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도 "더 이상 올라가지 않기를 바라지만, 포기할 의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덩달아 양 사의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낙찰가를 6,000억~7,000억 원대로 예상했다. 그러나 입찰 가격이 이를 가볍게 뛰어넘어 조 단위로 접어들 양상을 보이자 양 사 모두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고 있다. 즉, 주파수를 확보해도 부담스러운 조 단위 낙찰가를 내고 나면 서비스 운영 및 투자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뜻이다.
KT 관계자는 "2세대에서 3세대 이동통신으로 넘어갈 때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려 매출이 늘어났지만, 4세대 이동통신은 데이터통신 속도만 빨라지는 셈이어서 상황이 다르다"며 "비싼 주파수 가격만큼 매출이 늘어날 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더 이상 입찰가격이 올라가면 양 사 모두 위험하다"고 부담스러워 했다.
사실상 원자재에 해당하는 주파수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이나 마찬가지인 통신료 인상도 우려된다. 방통위는 시장 경쟁 상황 때문에 이통사들이 쉽게 요금을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익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기업의 속성상 손해를 감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파수 무한 경매를 방통위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남아있는 나머지 주파수에 대한 추가 경매 일정을 확정지으면 적당한 선에서 멈출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700㎒, 2.6㎓ 등 나머지 주파수에 대한 방통위의 경매 계획이 불투명하다보니 업체들이 1.8㎓ 확보에 목숨을 거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장기적이고 전체적인 주파수 분배 계획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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