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이들은 나를 필요로 했어요" 과거형 진술한 엄마가 살인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나를 필요로 했어요" 과거형 진술한 엄마가 살인범

입력
2011.08.28 17:35
0 0

"아이들이 나를 원했고 필요로 했어요. 지금 나는 도울 수 없어요."

1994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괴 위장 자식살해 사건'의 범인 수잔 스미스가 경찰 조사에서 한 말이다. 수잔은 아이들이 납치당했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처음부터 수잔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단서는 그가 진술한 동사 시제에 있었다. "우리 애들은 집으로 곧 돌아올 거다"라며 아이들의 생존을 굳게 믿고 있던 남편과 달리 수잔은 사건을 과거형으로 언급하며 사망을 인정하고 있었던 것. 범행을 자백한 수잔은 재판에서 종신형을 받았다.

이처럼 용의자 진술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데 언어적 분석이 중요한 열쇠가 된다. 중앙대 법학과 대학원생 이재경씨는 최근 발표한 박사논문 '형사절차에 있어서 진술의 허위성 판단에 관한 연구'에서 과학적 진술 분석인'SCAN(Scientific Content Analysis)'을 소개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제도다.

논문에 따르면 SCAN은 용의자의 최초 진술 기록을 언어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기법이다. 동사 시제의 적절성, 단어의 변화 등 13가지 기준 중 4개 항목이 불일치로 나타나면 허위진술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수사국인 FBI 등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논문은 남편이 용의자로 지목됐던 1995년 불광동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에 대해서도 평소와 다른 언어습관을 찾아내 분석을 시도했다. 남편은 진술서 대부분에서 아내를 '집사람'이나 '처'로 부르다가 사건 발생 이후를 설명하면서부터 갑자기 아내의 이름을 말하거나 죽었다는 대목에선'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논문은 이 단어의 변화를 남편이 아내를 가족관계에서 분리하려는 심리적 의도라고 해석했다. 남편은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무죄를 받아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이씨는 "용의자가 사건 직후 작성한 진술서는 가장 오염되지 않은 텍스트"라며 "SCAN은 미궁에 빠진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