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3연패에 빛나는 모리스 그린(37)은 28일 결전을 앞두고 우사인 볼트(25ㆍ자메이카)가 아닌 요한 블레이크(22ㆍ자메이카)를 챔피언으로 지목했다. 그린은 "볼트가 예전 같지는 않다"며 "아킬레스건과 허리 부상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한 게 뼈아프다. 블레이크는 볼트를 두려워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린의 예상을 그대로 믿은 사람은 없었지만 1%의 가능성이 결국 현실이 됐다. '어부지리' 챔피언이라도 우승은 우승이다. 볼트의 충격적인 실격이 볼트를 중심으로 아사파 파월(29ㆍ자메이카)과 타이슨 가이(29ㆍ미국)가 이끌어온 남자 단거리에 새로운 스타를 발굴한 셈이다.
이날 벌어진 100m 결선 레이스에서 블레이크의 출발 반응속도는 0.174초로 7명 가운데 5위에 그쳤지만 40m 이후부터 걸출한 스퍼트를 과시하며 깜짝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9초92는 시즌 자신의 최고 기록. 개인 최고 기록은 여전히 9초89로 볼트의 올시즌 최고 기록(9초88)보다도 늦다. 역대 최연소로 10초대 벽을 깬 블레이크가 볼트라는 큰 산과 어깨 높이를 맞추려면 개인 기록 단축이 필수 과제다.
세계선수권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믿겨지지 않은 듯 블레이크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블레이크는 "우승까지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 꿈이 현실이 돼 정말 기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절친한 동료의 실격이 믿겨지지 않는다면서 "출발 총소리 전에 한 명이 나가는 걸 봤다. 그게 볼트일 줄은 몰랐다.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블레이크는 "경기가 끝난 뒤 볼트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200m에서는 제대로 승부를 펼쳐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후 블레이크는 유로 스포츠 해설자로 나선 그린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그린은 "이유야 어쨌든 네가 챔피언"이라며 블레이크에게 힘을 실어줬다.
대구=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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