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ㆍ남아공)가 전하는 감동은 어디까지 일까.
두 다리가 절단돼 칼날 같은 의족을 신고 비장애인과의 경쟁에 당당히 나선 피스토리우스는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400m 예선 5조 경기에서 45초39를 기록,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조 4위까지 주어지는 준결선 진출 티켓을 따낸 그의 아름다운 도전은 29일 오후 8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ㆍ자메이카)를 뛰어 넘는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스타트 라인에서 숨을 고르던 피스토리우스는 느린 출발반응 탓에 초반 레이스에서는 뒤처졌지만 중반 이후 가속도를 내며 자신과의 싸움을 즐겼다.
그는 결승선 50m를 남기고도 5명과 치열한 경합을 벌여 예선 통과가 불투명해 보였다. 하지만 이내 폭발적인 스퍼트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예선통과가 확정되자, 피스토리우스는 다른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오스카"를 연호하던 관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 게 오랜 목표였고 여기에서 뛰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며 "참으로 경이로운 순간인 것 같다. 개인 최고기록(45초07)에는 못 미치지만 두 번째로 좋은 개인기록에 만족한다"며 소감을 전했다. 피스토리우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기록이 모자라 대회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지만 대구 대회를 앞두고는 기준기록을 통과했다. 입국한 뒤부터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화제를 몰고 다녔고, 기자회견장은 300여명이 넘는 내외신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라며 "오늘은 긴장을 해서 힘들었고 준결선 때는 더 힘들 것 같지만 안정감 있게 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준결선전 예상 결과에 대해서는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라며 "올해 초에 찍은 최고기록(45초07)과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하더라도 결선 진출은 힘들 것 같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이어 "대구에서 많은 것을 배워가고 싶다"며 "2012년 런던올림픽 트랙 위를 질주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한시도 잊은 적이 없는 그 꿈이다.
대구=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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