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 의해
납치되어 본 적 있는지
만약 내가 시인이라면
당신을 납치하여
내 句들과 운율 속에 당신을 놓아두고
존스 해변이나
또는 코니 아일랜드라든가
또는 바로 우리집이라든가
라일락꽃 속에서 당신에게 노래를 불러드리고
당신에게 비를 마구 맞히고
내 시야를 보완하기 위해
당신을 해변과 뒤섞고
당신을 위해 리라를 켜고
당신을 얻기 위해선 어떠한 것도
내 사랑의 노래를 당신에게 바치고
당신을 적색 흑색 녹색으로 두르고
엄마께 당신을 보여드릴꺼야
그래, 만약에 내가 시인이라면 나는 납치할거야 당신을
* * *
납치라니, 요즘 같은 세상엔 정말 무서운 말인데요. 이런 무시무시한 단어도 어떤 단어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정해진 스케줄,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누군가 나를 문득 낯설고 달콤한 장소에 데려다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니체는 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은 최고의 경찰이다." 직업에 따라 우리의 일상이 세세하게 조정되고 신체와 습관의 형태도 바뀝니다. 산재사고 자료를 참고하면 심지어 앓고 있는 질병이나 죽음의 패턴까지도 그렇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감시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우리의 일은 비밀경찰처럼 우리를 몰래 감시하는 것인지도 몰라요. 어쩌면 우리 자신이 직접 경찰이 되어서 자신이 가는 곳, 만나는 사람들,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금지하고 통제하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이제 한 주가 시작되려고 하는데 벌써 딴 곳에 있고 싶은 기분이 드네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내 속의 납치범이 내 영혼을 정말 데려가고 싶은 곳이 어딘지.
니키 지오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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