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욱진(1917~1990) 화백에게는 금쪽같이 여기는 재떨이가 있었다. 19세기 조선시대 때 느티나무로 만든 것으로, 김형국 서울대 명예교수가 선물했다고 한다. 지름 31㎝나 되는 넓적한 원반 테두리에는 물감이 군데군데 묻어있어 화가의 숨결이 배어있는 듯하다.
유명 화가의 손때가 묻은 소장품과 선조들이 애용하던 조선시대 목가구 60여점을 한데 모은 '화가들이 애호하는 조선시대 목가구'전이 서울 종로구 사간동 두가헌 갤러리와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9월 25일까지 열린다.
화가 소장품은 6점이 나왔다. 고 김환기(1913~1974)의 이층사방탁자는 집안의 논밭을 팔아서라도 골동품을 사고 싶어 했다는 그가 직접 인사동에서 사서 성북동까지 짊어지고 온 것. 김환기의 차녀인 김금자씨는 "생전에 아버지께서 이 탁자를 두고 가늘고 긴 사각목과 납작한 판때기 몇 장으로 이토록 아름답게 만들었는지 감탄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20년 전 인사동 골동품가게에서 찾아냈다는 송영방의 벼룻집은 나무뿌리 부분을 살린 아름다운 목문(木紋)과 정교한 받침대 기둥의 이음새, 테두리가 특징이다. 송 화백은 "벼룻집은 문방사보(文房四寶) 중 하나인 벼루를 넣기 위해 치수를 재고 호사가들의 요구에 따라 만들기 때문에 주인의 안목과 목수의 눈썰미가 드러난다"며 "멋과 운치를 아는 선비의 벼룻집이라 여겨지고 세월의 때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우환의 이층책장은 18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짜임새가 단아하고 색상이 비교적 밝다. 김종학이 내놓은 먹감나무로 만든 4층 문갑은 나뭇결을 살린 무늬가 마치 산의 능선을 떠오르게 한다. 서세옥의 빗접은 화려한 멋이 있다. 여성들의 가정에 대한 기원을 담은 문양을 대나무에 조각한 뒤 이를 나무에 다시 붙였다.
이밖에 옛 사랑방에 놓였던 서안, 탁상, 필갑, 목침, 안방을 차지했던 문갑, 좌경, 이층농, 주방에서 쓰였던 삼층찬탁자, 뒤주 등 18~19세기 다양한 목가구들이 전시된다. 9월 2일 오후 2시30분에는 박영규 용인대 교수의 조선시대 목가구 강연회도 열린다. (02)3210-2100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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