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이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를 위해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준 사실을 시인했다. 그 이유를 그는 "박 교수가 두 번이나 선거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빚을 많이 졌고 그 때문에 경제적으로 몹시 궁박한 상태이며 자살까지도 생각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가성은 없었다는 것이다. 군색한 변명이다.
강력한 경쟁자인 후보가 사퇴하자 그에게 거액의 뭉칫돈을 건넨 것을 두고'순수한 인정'이라고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검찰이 박 교수를 긴급 체포해 본격 수사를 시작하자 곽 교육감 측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어떤 약속도 없었으며, 금품거래도 하지 않았다"며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에 대한 정치보복, 표적수사라고 맹비난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인정으로 준 돈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 없다고 하는 것은 낯 부끄럽다.
검찰 수사에 대한 곽 교육감의 태도도 그렇다."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표적수사"이기 때문에 전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자신의 행동이 범죄인지, 부당한지 아닌지, 부끄러운 일인지는 사법당국과 국민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한다. 검찰의 역할과 권위를 부정하는 억지다. 자신의 말대로 선거와 관련해 위법과 변칙이 없었다면, 그리고 정말 2억 원과 박 교수의 서울교육자문위원 위촉이 법에 어긋나는 뒷거래가 아니라면, 검찰 수사에 당당히 협조해 깨끗함을 입증하면 된다.
민주당 등 야권도 당사자들이 거액을 주고받은 사실을 시인한 마당에 더 이상 이 사건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가려 해서는 안 된다. 조용히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이번 수사의 경우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직후라는 시점 탓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지만, 공소시효 등의 문제로 불가피했다는 검찰의 해명은 설득력이 있다. 그런 만큼 이제는 더욱 법과 원칙에 따른 철저하고 신속하게 공정한 수사와 증거자료를 통해 위법성과 대가성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 그것만이 이번 사건의 혼란과 파장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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