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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착한 부자, 나쁜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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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착한 부자, 나쁜 부자

입력
2011.08.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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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는 자선의 방법을 여덟 단계로 나누고 있다. 가장 숭고한 자선행위는 상대가 스스로 지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공동사업을 벌여 자립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거나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누가 베푸는지, 누가 받는지 서로 모르게 하는 선행이다. 가장 낮은 여덟 번째 단계는 싫은데 억지로 하는 선행이다. 마지못해, 그것도 남이 보는 앞에서 선행을 한 뒤 감사 인사를 기다리는 경우다. <탈무드> 는 "비록 가장 낮은 단계의 선행이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적고 있다.

이런 가르침 때문인지 유대인들은 기부를 생활화하고 있다. 미국 억만장자들의 기부서약운동을 주도하는 이들도 유대인이다. 2009년 5월 기부서약운동이 시작된 지 1년 만에 40명의 억만장자가 1,500억달러(약 165조원)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세계 3위의 부자 워런 버핏은 재산의 99%를, 560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 빌 게이츠는 1,000만달러를 제외한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서약했다.

위기 때 솔선수범하는 부자들

이처럼 서구의 부자들은 자녀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지 않는다. 유산을 많이 물려주면 열정과 창의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빌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은행가 집안 출신인 빌 게이츠 부모의 얘기다.

이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앞장서서 실천하는 전통도 지켜오고 있다. 최근 버핏 등 미국의 슈퍼부자들이 조지 부시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으라"고 요구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대다수 미국인이 아등바등 먹고 사는 동안 부자들만 비정상적 감세 혜택으로 부를 불렸다는 반성의 외침이다. 프랑스의 슈퍼부자 16명도 "재정적자 극복을 위해 특별기부 형태로 세금을 더 내겠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한국의 부자들은 어떤가. 대기업과 부유층은 MB정부의 친기업ㆍ감세 정책으로 큰 혜택을 봤다. 특히 재벌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계열사를 늘려가며 사상 최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그 결과 4대 그룹의 GDP 대비 매출은 최근 3년 새 40%에서 50%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사회적 책임의식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대기업들이 벌이는 사회공헌 활동도 오너 총수가 횡령, 배임, 사기 등 범죄를 저지른 후 기업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개인이 아닌 법인 돈으로 생색을 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세금을 내지 않고 자녀에게 부를 대물림하기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고,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사돈의 팔촌까지 먹여 살린다.

물론 세금을 늘리는 데는 결사반대다. 재정건전성이나 복지 확충 따위는 정부나 고민할 문제다. 지난주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에서 부유층이 몰려 사는 타워팰리스 주민들의 투표율이 59.6%로 서울시 평균의 2배를 넘은 게 단적인 예다. "우리 대기업 회장들은 모이기만 하면 세금을 줄여달라고 요청한다. 욕심 나면 가지려고 하는 갓난아이 같다. 한국 대기업이 약탈적 경영을 하는 건 자본주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전략가로 꼽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지적이다.

버핏 같은 부자를 보고 싶다

"우리 가문은 국가경제 덕에 얻은 이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데 오래 전부터 공감해왔다."(데이비드 록펠러)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돈을 다 쓸 수는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돈을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게 아니라 자손들을 위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쓰는 것이다."(마이클 블룸버그)

우리도 이런 부자를 만나고 싶다. "국민 다수가 고통받는 이 때 부자들이 세금 더 내는 것을 꺼릴 이유가 없다. 비어가는 나라 곳간이 걱정되니, 제발 우리처럼 여유 있는 계층에게 세금을 더 걷어라." 재벌 총수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날이 올려는지 모르겠다.

고재학 경제부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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