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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태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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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태그플레이션

입력
2011.08.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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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글로벌 신용불안이 실물로 전이되면서 하반기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ㆍ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모건스탠리가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을 기정사실화한 게 기폭제였다. 미 경제가 양적 완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노출된 상황에서 다시 경기가 침체한다는 진단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글로벌 경제의 둔화, 또는 침체 우려는 가뜩이나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높이고 있다.

■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처음 쓴 건 1965년 이언 맥클로드 영국 재무장관이라고 한다. 그는 당시 하원에 나가 "우리는 최악의 두 단어에 직면하고 있다. 하나는 인플레이션(inflationㆍ물가상승)이고 다른 하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ㆍ침체)이다. 문제는 두 현상이 함께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인 셈이다"라고 했다. 당시 주류였던 케인즈 학파에선 이 현상을 이론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호황기에 물가가 오르고, 불황기에 물가가 떨어지는 일반적 경기 흐름이 일시 왜곡된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던 것이다.

■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 오일쇼크를 통해 확고한 경제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인플레이션의 양대 원인으로 꼽힌'수요 확대(demand pull)'나 '비용 상승(cost push)' 외에 소비자물가 자체의 만성적 상승 경향, 오일쇼크 때처럼 독점이나 담합에 의한 가격 상승에 따라 불황 중에도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2차 오일쇼크가 닥친 1980년 미국 연간 성장률은 마이너스 0.2%였으나, 물가는 13.5% 급등했고, 같은 해 한국서는 연간 성장률 마이너스 2.2%에 물가는 28.7%나 폭등했다.

■ 스태그플레이션의 딜레마는 경기회복과 물가관리의 필요성이 상충함으로써 일방적 정책선택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 하면, 그것이 곧바로 물가상승 압력이 되는 식이다.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엉거주춤한 입장이나, 금리인상에 대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신중한 입장 역시 이런 딜레마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정책 선택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번 스태그플레이션이 앞으로 2년 이상 경기가 하락하는 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기 관리가 우선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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