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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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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동물

입력
2011.08.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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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사람 두고 하는 말이지만 동물도 마찬가지다. 가을이 빈 자리가 크다. 가을이는 시댁에서 길렀던 개 이름이다. 이달 초 가을이가 세상을 떠난 뒤 집안이 온통 저기압이다. 내 경우야 시댁에 아이를 맡기면서 가을이를 보기 시작해 고작 3년 남짓이지만 시댁 식구는 10년 넘게 한솥밥을 먹었다. 가족이나 진배 없었다. 특히 저녁마다 "가을아, 엄마 따라 나와" 하시며 자식이나 매한가지고 힘들 때마다 위안을 얻으셨던 시어머니는 한동안 앓아 누우셨다.

사람과 동물 사이엔 커다란 장벽이 있다. 바로 언어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서로의 감정이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할 길이 없다. 하지만 가을이와 어머니를 볼 때마다 언어가 절대적인 장벽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가을이가 내는 작은 소리나 사소한 몸짓만으로도 어머니는 잠이 오는구나, 나가고 싶구나, 오줌 마렵구나, 어디가 아프구나 척척 구분했다. 내겐 뜻 모를 소리나 행동에 불과했지만 가을이와 어머니 사이에선 그게 언어였던 셈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동물의 소리나 몸짓을 분석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려고 시도해왔다. 동물 소리의 높낮이나 세기, 몸짓의 범위나 형태 등을 수치나 기호로 만들고, 거기에 의미를 붙이면 의사소통할 도구로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물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나 기계는 아직 나오지 못했다.

기술이나 기계 없이 동물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과학자도 있다. 바로 동물행동학자들이다. 동물행동학은 동물의 행동이나 습성 등을 직접 관찰하고 비교분석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다. 첨단 생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동물의 세포와 분자를 들여다볼 때 동물행동학자는 산으로 숲으로 바다로 들어가 동물을 직접 만난다.

하지만 국내는 동물행동학 연구자 층이 두텁지 않다. 동물행동학은 논문 한 편 쓰는 데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린다. '단기속성'을 중시하는 학문 풍토에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후학이 없다며 안타깝게 한숨 짓던 한 동물행동학자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가을이가 살아있을 때 우리 아이가 어머니께 묻곤 했다. "할머니, 가을이가 왜 으르렁거려요?" "왜 자꾸 나를 따라와요?" 자연으로 들어간 동물행동학자들이 동물의 소리와 몸짓을 관찰하며 맨 처음 갖는 의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첨단기술이나 기계, 연구논문만이 과학을 이끌고 가는 건 아니다. 동물학은 아이 눈높이나 어머니 마음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데서 출발하는 것 같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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