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린'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동부해안을 강타한 뒤 28일 뉴저지주에 상륙했다. 당국은 200만명이 넘는 주민 소개령을 발동하는 등 대책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허리케인이 해안지역을 따라 북상해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치면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6명이 숨진 것을 비롯, 최소 12명이 폭우와 강풍을 피하지 못해 사망했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등 400만여 가구와 업소들에는 전력 공급이 중단됐고 산사태에 따른 건물 파손도 잇따랐다. 뉴저지주에서는 원자력발전소가 잠정 폐쇄됐다. 뉴욕 맨해튼 등 저지대 일부도 한때 침수됐다.
교통 혼란이 가장 극심했다. 29일까지 9,000여편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뉴욕에서는 27일 낮부터 모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미국 내 최대 노선을 갖고 있는 뉴욕 지하철이 자연재해로 가동을 멈춘 것은 처음이다. 철도망인 암트랙과 장거리 대중버스인 그레이하운드도 동북부 지역의 운행을 상당수 중단했다.
당국은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뉴저지, 뉴욕 등 6개주에 연방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뉴저지 100만명을 비롯, 저지대 주민 230여만명에 강제대피령을 내렸다. 허리케인으로 이처럼 많은 주민이 대피한 것은 처음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주요 방송은 하루 종일 허리케인 이동경로와 피해상황을 보도하는 등 긴급 재난방송 체제에 들어갔다. 23일 버지니아 일대에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의 안전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허리케인을 맞은 것도 당국을 더욱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10일 일정으로 매사추세츠주의 마서스 비니어드섬으로 휴가를 갔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정을 하루 단축, 26일 밤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휴가지에서 대국민연설을 통해 "이번 허리케인은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며 "이동경로에 있는 주민들은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호화휴가 논란에도 불구, 휴가를 강행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일정을 단축한 것은 2005년 8월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초기 대응에 실패, 엄청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초래한 파문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시속 161㎞이던 아이린의 최고 풍속이 시속 129㎞로 약해지자 27일 세력등급을 5등급에서 가장 약한 1등급으로 낮춘 데 이어 28일에는 아이린이 열대폭풍으로 약화됐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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