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가 맺은 악마의 계약"(환경보존주의자)
"환경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삶도 생각해 달라"(그린란드 자치정부)
마지막 자원의 보고 그린란드가 대형 석유회사들과 잇달아 석유시추 계약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자치정부가 "석유는 경제적 독립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시추 계획을 밀어붙이자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가 북극 연안에서 원유가 유출되면 대규모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린란드에 매장된 석유에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등의 국제 석유회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섬(216만㎢)인 그린란드에 '오일러시'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그린란드 해안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는 총 520억배럴인데, 이것은 석유 주산지 북해에서 40년을 시추할 수 있는 물량이다. 연간 8억배럴을 소비하는 한국이 65년을 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쿠피크 클라이스트 총리가 이끄는 자치정부의 계획은 석유개발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용해 덴마크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2009년 자치정부 출범으로 인구 6만명의 그린란드는 정치적 독립은 달성했지만 어업 외에 이렇다 할 산업이 없어 여전히 과거 식민지배국 덴마크로부터 매년 32억크로네(6,700억원)를 지원받고 있다. 가장 큰 산업인 어업의 연간 생산액이 20억크로네에 불과해 덴마크의 도움 없이는 자치정부의 재정운용이 불가능하다.
결국 농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 엄혹한 동토에서 그린란드가 재정적으로 홀로 서기 위해서는 석유 개발이 절실하다. 이 때문에 자치정부는 돈을 받는 대가로 대형 석유회사에 석유 탐사 시추 면허를 발급하고 있는데, 지난해 4월 멕시코만의 원유 유출로 해상 유전개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에도 그린란드 석유 탐사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국제시장에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 정도의 고유가 추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석유회사들의 개발 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상황이다.
자치정부와 석유회사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그린란드 석유 시추 계획이 계속될 움직임을 보이자, 세계 최대의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개입을 선언했다. 그린피스는 2008년 부산에서 참치 남획 반대 시위를 했던 선박 에스페란자호를 5월 그린란드 연안에 보내 석유시추 반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원주민 사이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그린란드 어업ㆍ수렵협회의 알프레드 야콥슨 이사는 "환경이라는 것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며 "원유가 유출되면 우리 회원들의 생계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비르거 포펠 그린란드대 교수 역시 "(석유개발을 계속하면) 덴마크 정부 대신 대형 석유회사들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경제적 예속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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