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갖고 세상에 도전하는 당돌한 후배 여성 과학자를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상 진흥상을 수상한 백성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41ㆍ사진)는 28일 "생명과학은 여성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주위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말고 꾸준히 연구를 계속하는 후배가 늘었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전자, 미생물 등으로 수십 차례 실험하고 이를 꼼꼼히 기록해 정리ㆍ분석하는 생명과학에는 섬세함이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어서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높다는 말이다.
여성생명과학상은 로레알코리아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이 공동 주관해 생명과학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국내 여성에게 주는 상으로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진흥상은 가장 우수한 업적을 낸 여성과학자에게 주어지는 본상에 해당한다. 6년 전 신인상 격인 '펠로십'을 받았던 백 교수는 이번에 암 전이 억제 유전자와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해 항암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업적을 인정 받았다.
요즘은 주목 받는 여성과학자들이 과거에 비해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백 교수가 보기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적지 않다. "학부에선 남녀학생 수가 비슷해도 대학원 박사를 마칠 때면 여성 숫자가 5명 중 한 명으로 크게 줄어요. 자신을 믿고 뜻을 둔 공부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생각이 안정 지향으로 바뀌면서 뛰어난 능력을 스스로 묻어 버리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진 50명 중에서도 여성은 6명에 불과하다.
백 교수는 암세포가 신체 곳곳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유전자(KAI1)를 2005년 과학학술지 <네이처> 에 세계 처음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에만 논문 5편을 썼을 정도로 왕성한 연구 활동을 펴고 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닮고 싶었던 과학자가 마리 퀴리"라며 "분야는 다르지만 암 연구로 과학사에 한 획을 긋고 싶다"고 말했다. 네이처>
여성생명과학상 시상식은 30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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