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탄(71) 싱가포르 전 부총리가 27일 실시된 대선에서 재검표 끝에 제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싱가포르 TV방송 채널뉴스아시아가 28일 보도했다.
이번 대선은 리셴룽 총리의 암묵적 지지를 받은 토니 탄 전 부총리가 후보로 나와, 52년째 집권하고 있는 인민행동당(PAP)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을 띠면서 관심을 모았다. 개표 결과 1, 2위 후보 표차가 2%도 안돼 재검표에 들어갔는데 결국 토니 탄 후보가 유효표 215만표 가운데 35.19%(74만4,397표)를 얻어 야당후보인 탄 쳉 복 전 PAP의원을 0.34%포인트 차로 제쳤다. 토니 탄 당선자는 9월 1일 취임식을 갖고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 대선은 5월 총선에서 PAP가 사상 최하인 60.1%의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야당인 노동당(WP)이 사상 최다인 6석을 획득하며 약진한 이후, 소셜미디어와 웹사이트를 통해 선거 논쟁 등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치러진 것이다.
싱가포르경영대학(SMU) 정치과학교수 브리젯 웰시는 “싱가포르 국민은 엘리트주의에 질렸다”며 “PAP를 더욱 감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연구소 동남아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 머레이 히버트는 “싱가포르 국민이 PAP 후보자 지지 그룹과, 독립적인 대통령 지지 그룹으로 나눠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경제분석가 송 셍 운은 “국민이 PAP에 통치방식의 재검토 압력을 넣고 있다”며 “리셴룽 총리는 국민을 달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AP는 정치적 자유를 규제하는 대신 세계 최고 수준의 부를 가져다 준다는 암묵적 사회 계약을 내세워 장기집권하고 있다.
내각의 책임자인 대통령은 의전행사를 담당하는 상징적 존재이며 실권은 총리가 쥐고 있다. 따라서 대선은 그 동안 요식행위에 머물렀으나 이번에는 토니 탄 당선자를 제외한 3명의 후보가 PAP를 비판하고 대통령 권한 확대 요구를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펼침으로써 새로운 정치 풍토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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