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5일 송양화 서귀포경찰서장을 경질한 데 이어, 26일에는 경비전문가를 제주청으로 파견하고 제주청에 대한 감찰을 확대했다. 서울에선 전날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 반대 시위자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중부서 경비책임자들이 전격 경질됐다. 경찰의 이례적인 잇단 강경 조치들에 대해 갖은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해군기지 반대 시위자들 대부분이 진보단체 관계자들이란 점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이 엄정한 법 집행을 내세워 '공안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앞으로 양측은 대통령령 제정에 나서게 된다"며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언한 뒤 공안에 공을 들이고 있는 한상대 검찰총장의 행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이 검찰과 일종의 공 다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제주에 급파된 감찰반의 조사 강도가 높아진 것도 검찰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경찰은 당초 밤샘 조사를 통해 26일쯤 마무리 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조사기한이 28일까지 연장되고 조사 범위도 서귀포서에서 제주경찰청으로 확대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 5명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당한 '굴욕'과 관련해 경찰은 이들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중점을 두고 수사지휘를 다시 내렸다"며 "조 청장은 이 일도 시위대에 당한 일 못지않게 엄중하게 봤다"고 말했다.
경찰이 경비전문가로 꼽히는 윤종구 충북경찰청 차장(경무관)을 제주청으로 급히 보낸 것은 강경 진압의 예고편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경찰청 관계자는 "제주청이 시위 관리 경험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인력을 지원하려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경찰의 공안 강공 드라이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6일 서울경찰청은 전날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가 탄 차량이 동상제막 반대 시위자들이 던진 물병에 맞은 것과 관련, 이례적으로 중부서 경비과장과 정보2계장을 교체했다. 또 경찰청 보안국은 이날 북한을 찬양하는 글이 올라 있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회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조치는 6월 23일 경찰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한 내용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가 심의해 내놓은 결과"라며 "정상적인 경찰업무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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