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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장난기 심했던 정몽준, 다소 쌀쌀맞던 박근혜…초등동창 대선길목서 마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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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람/ 장난기 심했던 정몽준, 다소 쌀쌀맞던 박근혜…초등동창 대선길목서 마주서다

입력
2011.08.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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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2동 골목길에 위치한 장충초등학교. 꾸밈없는 표정의 아이들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있다. 보통 초등학교의 풍경과 다르지 않지만 이 학교가 한때 배출한 졸업생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초등학교 동기 동창생 가운데 대선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이 있고, 10대 재벌에 속하는 대기업의 오너(최대주주)도 두 사람이나 있다. 이 초등학교가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친구이자 라이벌인 이들의 인연에서 찾을 수 있다.

1964년 2월 이 학교에선 대통령의 딸과 당대 굴지의 대기업 오너 아들 2명, 정권 2인자의 딸이 천진난만하게 빛나는 졸업장을 함께 받았다.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한화그룹 창업자인 김종희 전 전경련 부회장의 아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종필 전 총리의 딸 김예리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남택수 장충초교 교장은 "아이들을 상대로 진학지도를 할 때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유명한 분들이 너희 선배들이라고 말하면서 자긍심을 높여주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충초교 교정의 인생유전이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대선 레이스에 나선 박근혜, 정몽준 두 사람의 관계 때문이다. 정 전 대표에게 사연을 직접 들어봤다. "사실 초등학교 다닐 때 박 전 대표가 같은 학교에 있었는지 전혀 몰랐어요. 1990년대 중반 월드컵 유치하러 다닐 때부터 개인적으로 알게 됐어요. 박 전 대표가 1998년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몇 해전이었지요."

두 사람은 테니스 모임에서 만나 알게 됐다고 한다. 정 전 대표는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인 최부길씨가 운영하는 양재 테니스클럽에서 알게 됐고, 여러 사람과 함께 지방에 놀러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생일 파티에 초대 받기도 했고, 노래방에도 함께 간 적이 있다.

정 전 대표는 1학년 때부터 장충초등학교를 다녔지만 박 전 대표는 5∙16 이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공관이 동국대 앞에 자리잡으면서 전학을 오게 됐다.

박 전 대표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엔 침착하고 책임감이 있다는 평이 빠지지 않았다. '온순하며 침착하고 차근차근하여 실수가 별로 없음' '두뇌 명석한 어린이' '매사에 용의주도하여 틀림이나 실수가 없음' '착실하고 겸손하며 책임감이 강함' 등의 호평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특정한 아동들과만 노는 습관이 있음''자존심이 강한 어린이임''약간 냉정한 감이 흐르는 편'이라는 평가도 덧붙여져 있다. 정 전 대표의 생활기록부를 보면 귀공자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매사에 적극적이며 의욕이 강하고 머리가 좋으나 성격이 급하고 용의가 단정치 못함' '장난이 심하고 코를 병적으로 흘림'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두 사람의 관계가 한동안 뜸하다 미묘해진 건 2002년 대선 당시다. 대선후보로 떠오르던 정 전 대표는 '국민통합21'이란 신당을 만드는 중이었고, 박 전 대표도 '한국미래연합'을 이끌고 있었다. 당시 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에게 신당에 참여해달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당시 정 전 대표가 박 전 대표를 만나자마자 던진 첫마디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재미있게 봤다"는 얘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거절했다. '국민통합21'에 강신옥 전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의 주범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 전 의원의 존재를 이유로 댄 것이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한나라당에서 만났다. 정 전 대표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정 전 대표는 2009년 한나라당 대표가 된 뒤 박 전 대표에게 10월 재보선 승리를 위해 지원해 달라고 협조를 구했지만 박 전 대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박 전 대표와 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놓고도 원안 고수와 수정안 추진으로 맞섰다.

재계에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두 동기 동창의 대결을 한발 짝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다. 장충초등학교에서 대통령 딸과 현대그룹 회장의 아들은 서로 몰랐지만, 정 전 대표와 김승연 회장은 비교적 친한 사이였다.

정 전 대표는 "김 회장과는 2학년 때 같은 반이어서 집에 놀러 가서 자전거도 타고 했다"며 "김 회장은 초등학교 때 옷도 매일 갈아 입고 깔끔했다. 그 집에 가서 서양식 문이 있는 것을 처음 봤고 이병철 삼성 회장도 근처에 살았다"고 떠올렸다. 박 전 대통령 조카의 딸이자 JP의 장녀인 김예리씨에 대해서도 정 전 대표는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는지 잘 몰랐다고 한다. 정 전 대표는 고교 시절 다니던 정동교회에서 예리씨를 알게 됐다고 한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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