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단연 남자 100m(28일 오후 8시45분 결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한 '총알탄 사나이들'의 불꽃 튀는 경쟁에 지구촌은 언제나 들썩거린다. 아사파 파월, 타이슨 가이 등 강력한 라이벌들의 이탈 속에 우사인 볼트의 싱거운 우승이 점쳐진다. 그렇다면, 볼트는 과연 완벽할까. 100m를 10m 단위로 쪼개 각 구간별로 살펴보면 분명 약점도 있다. 10m 구간별 최고를 자랑했던 역대 '인간 탄환'들은 누가 있을까.
스타트 후 10m 구간까지
'탕.' 모두가 숨 죽이는 가운데 터지는 출발신호 총성. 동물적 본능으로 지체 없이 스파이크를 트랙에 꽂고 100m 결승점을 향해 내달린다. 거리가 워낙 가까워 찰나에 끝나는 만큼, 출발반응 속도는 메달 색깔을 가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03년 파리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킴 콜린스는 스타트 후 10m까지 1.67초를 기록, 역대 최고로 꼽힌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9초79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지만 약물 복용이 드러나 기록이 취소된 벤 존슨도 당시 10m까지 1.83초를 찍었다. 모리스 그린(1.86초ㆍ99년)을 비롯해 칼 루이스(88년) 팀 몽고메리(2002년) 파월(2005년) 볼트(2009년) 등 4명의 기록은 모두 1.89초로 같았다.
특히 볼트는 출발반응 시간에서도 0.146초를 기록, 몽고메리(0.104초)와 존슨(0.132초)보다 떨어지고 있다. 육상 전문가들은 볼트가 약점인 스타트 등을 보완한다면, 자신이 가진 9초58의 세계기록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m 이후 '번개' 친다
10m까지는 뒤쳐졌지만 이후부터는 볼트 앞에 아무도 없다. 195㎝의 장신과 탄탄한 근력에서 폭발적인 스퍼트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 볼트는 10~20m구간에서 유일하게 0.99초를 찍어 1초대에 그친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좁힌다. 이후 20~30m 구간에서 0.90초에 진입한 뒤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10m 구간 당 0.80초대의 속도를 끝까지 유지한다.
특히 레이스 중반 경쟁자들이 체력저하 등으로 기록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볼트는 30~40m→40~50m→50~60m→60~70m 등 매 구간마다 0.01~0.03초까지 기록을 단축시킨다. 가공할 폭발력이다.
이론상이지만, 볼트의 세계기록 작성 당시 10m 구간별 기록과 구간별 역대 최고 기록을 조합할 경우, 인간이 낼 수 있는 100m 최고 기록은 9초35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게 육상계의 분석. 그 가능성에 가장 근접해 있는 선수 역시 볼트가 유일하다.
대구=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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