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천연가스를 한국으로 보내기 위한 가스관이 북한을 통과하는 것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빅토르 이샤예프 러시아 극동 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26일 밝혔다.
인테르팍스통신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샤예프 전권대표는 이날 전권대표부가 있는 하바로프스크에서 현지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 남한이 천연가스 공급 관련 협정에 서명하면 북한은 가스 수송관 건설을 위해 영토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샤예프 전권대사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 20일부터 닷새 동안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지시로 특별열차를 함께 타고 끝까지 그를 수행했다.
이사예프 전권대표는 "북한은 그러나 가스관 건설을 위한 컨소시엄에는 참가할 뜻이 없으며 가스 통과와 영토 임대에 따른 수익을 챙기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샤예프는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 내에서 업무를 계속 볼 정도로 열심이었으며 악수도 힘있고 강하게 했다고 전했다. 열차 내에서는 식사로 해산물과 채소를 즐겼으며 러시아 관리들을 만나서는 사탕무우 수프와 같은 현지 음식을 먹었다고 이사예프는 전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귀국 길에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와 헤이룽장(黑龍江)성 등을 경유하면서 중국의 6세대 지도자로 주목받는 후춘화(胡春華) 네이멍구 당서기와 회동하고 산업시설을 둘러보았다. 김 위원장은 25일 오후 6시 러시아와 중국 국경을 넘어 네이멍구 후룬베이얼(呼倫貝爾)로 이동, 후춘화 당서기가 톈자오(天兆)호텔에서 주최한 연회에 참석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보였듯 석유와 희토류 등 자원이 풍부한 네이멍구에서 중국의 자원과 에너지에 관심을 보였을 것"이라며 "후춘화 서기와 만난 것은 미래를 염두에 둔 교감 쌓기"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26일 오전 9시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헤이룽장성 치치하얼(齊齊哈爾)에서 산업시설을 시찰했으며 오후에는 중국 최대 육상유전지대인 다칭(大慶)을 방문해 유전과 연계한 화학공업단지를 둘러보았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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