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과의 대국을 검토하고 되새기는 과정에서 '바둑은 실수를 적게 하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는 싸움을 회피해 온 내 바둑의 본질,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었다. 내가 싸움을 피했던 건 싸움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그 싸움의 수많은 변화에서 돌발적으로 튀어나올 수도 있는 실수가 두려웠던 것이다."
한국 바둑의 전설, 돌부처 이창호가 30년 기사 인생에서 얻은 묵직한 깨달음을 담은 에세이집 을 출간했다. '부득탐승'이란 유명한 바둑 격언인 위기십결의 첫 번째 항목으로 '이기는 것을 탐하지 말라'는 뜻이다.
불과 11살에 프로에 입문해 그동안 숱한 화제를 낳으며 한국 바둑을 세계 최강으로 이끈 이창호는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그의 이름 석 자를 알 만큼 바둑의 대명사 같은 존재로 우뚝 섰다.
올해 서른여섯 살로 이제 승부사로서 반환점에 이른 그가 처음 바둑을 접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부터 위대한 스승 조훈현과의 만남과 치열했던 사제 대결을 비롯, 프로에 입문한 후 수많은 도전과 시련을 거쳐 세계 정상에 오르고 다시 무관으로 돌아온 요즘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지나온 긴 승부의 여정에서 건져낸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자신의 육성으로 담담하게 풀어 놓는다.
공익 근무 요원 훈련 기간 중 군화끈을 빨리 매지 못해 조교와 동료 훈련병들의 애물단지가 됐던 일이나 나이차가 많은 아내에 대한 애틋한 감정 등 돌부처의 인간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 일화도 여러 편 소개돼 있다.
이창호 지음/ 라이프맵 발행/ 288쪽/ 값 13,000원/ 문의 02-728-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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