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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버린 자식이 효도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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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버린 자식이 효도한대요"

입력
2011.08.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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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입니다. 그러나 버린 자식(?)이 효도한다는 말처럼 여자마라톤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첫 날 첫 경기로서 자존심을 곧추 세운다면 가라앉은 대회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겠습니까.”

여자마라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유재성(52) 코치의 말이다. 유 코치는 5월초부터 시작된 4개월 남짓한 전지훈련 동안 컨디션을 착실히 끌어올렸다며 단체전 동메달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5월2일부터 3주 동안 중국 쿤밍에서 고지 적응훈련을 마친 뒤 강릉에서 한 달, 대관령 고지에서 40일을 보낸 뒤 마무리 적응훈련으로 경산시에서 보름여 호흡을 가다듬었다.

여자 마라톤은 한국육상이 내건 ‘10-10프로젝트’ (10개종목에서 10명 결선진출) 중의 하나다. 27일 오전 9시 출발총성이 울린다. 한국은 정윤희(28) 최보라(20) 박정숙(31ㆍ이상 대구은행) 김성은(22) 이숙정(20ㆍ이상 삼성전자)등 5명이 나선다. 이중 김성은의 기록(2시간29분27초)이 가장 좋다. 그러나 김성은의 기록은 올 시즌 세계랭킹 80위권 밖이어서 개인전 메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위 3명의 기록을 합산하는 단체전은 홈그라운드의 이점과 고온다습한 대구 특유의 환경을 고려하면 충분히 해볼 만 하다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한국이 세계 육상선수권에서 유일하게 딴 메달도 2007년 오사카 대회 때 남자 마라톤 단체전 은메달이었다. 당시 오사카 현지 기온이 대구처럼 고온다습해 아프리카 선수들이 일찌감치 기권하는 바람에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평가다. 또 우리 선수들이 현지 실사를 통해 코스에 익숙하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대표팀은 대회 1주일을 앞두고 식이요법도 다 마쳤다. 첫 3일은 고기 위주로 식단을 짜 단백질을 집중적으로 섭취했고, 나머지 3일은 빵 국수 찰밥 호두 잣 꿀 등 탄수화물을 체내에 비축했다.

유 코치는 김성은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22세라는 어린 나이와 마라톤 풀코스 두 번째 도전만에 2시간30분대를 뛰어넘은 폭발적인 성장세 때문이다. 2007년 고교 졸업 후 삼성전자 육상단에 입단해 대구 세계선수권과 내년 런던올림픽을 겨냥해 장거리용 선수로 기량을 쌓아왔다. 김성은은 앞서 2009년 11월 마라톤에 데뷔해 2시간37분30초를 기록했다. 이듬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자신의 기록을 8분 가까이 단축해 2시간29분대에 골인했다. 하지만 골반부상으로 1년여간 대회출전을 하지 못해 세계선수권 대표 선발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 황영조 마라톤 기술위원장은 “마라톤강화위원회에서 김성은의 타고난 유연성과 스피드를 썩힐 순 없다는 의견이 많아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유 코치는 김성은의 기록이 2시간20분대 초반의 세계정상권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성장속도로 봐선 1~2년 새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위에 강한 베테랑 정윤희에 대한 기대도 각별했다. 허벅지 근육 파열 등 온갖 부상에 신음하며 은퇴시기를 저울질하던 정윤희는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대구은행으로 팀을 옮겨 지난해 경주 동아국제마라톤에서 2시간32분09초로 1위에 올라 ‘오뚝이’처럼 부활했다. 올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여자 국내 1위, 통합 3위를 차지하며 자신감까지 끌어올렸다. 유 코치는 포기할 줄 모르는 정윤희의 승부근성을 높이 샀다. 막내 최보라와 이숙정은 메이저대회 첫 경험이란 측면에서 보약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강점은 막판 스퍼트가 좋다는 점이다. 모두 중장거리를 거쳐 마라톤에 입문했기 때문이다.

맏언니 박정숙도 죽을힘을 다해 앞장서서 후배들을 이끌겠다며 독하게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유코치는 “한국여자마라톤은 사실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미미했다. 한국최고기록도 1997년 권은주가 세운 2시간26분12초가 14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선수층도 얇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구 세계선수권을 통해 그런 ‘나쁜 전통’을 깨고 싶다”며 “기록상으론 비교조차 할 수 없지만 마라톤은 뛰어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오창석(49) KBS마라톤 해설위원은 26일 오전 중국 랭킹 1,2위이자 베를린 세계선수권 챔피언 바이쉬에(23)와 베이징 올림픽 3위 저우춘슈(33)가 전격 불참을 선언해 한국팀으로선 한결 수월한 레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은 이어 중국과 일본, 케냐의 3파전으로 예상됐으나 일본과 케냐가 금메달을 놓고 다툴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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