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연구생 황재연(16ㆍ충암고 1년)에게 지난 주는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20일 끝난 제130회 입단 대회 최종국에서 승리해 10년간 염원해 온 프로의 꿈을 이룬데 이어 23일에는 제39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통합 예선 결승에서 프로 기사를 제치고 당당히 본선 16강에 진출했다. 불과 사흘 동안에 입단과 프로 기전 본선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생 서열 5위인 황재연은 명인전 통합 예선 1, 2회전에서 김수진(3단), 강훈(9단)을 꺾었고 3회전에서는 놀랍게도 랭킹 1위 이세돌을 이겨 이미 올해 명인전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4회전과 5회전(예선 결승)에서 박지연ㆍ이지현(모두 2단)을 잇달아 물리치고 마침내 대망의 본선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조인선에 이어 아마추어로서는 두 번째 본선 진출이다.
입단 대회서 운도 따랐다. 황재연은 스위스리그 방식으로 치러진 입단 대회 본선 6라운드까지 4승2패에 그쳐 사실 입단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았다. 이후 7, 8라운드서 연승했지만 9라운드서 다시 져 중도 탈락하는 바람에 위기에 처했으나 10라운드서 이기는 바람에 7승3패를 기록하며 간신히 기사 회생, 7명이 겨루는 동률 재대국에 진출했다. 동률 재대국에서도 추첨운이 좋아서 바로 2회전에 진출했고 그 덕분에 첫 판을 졌지만 마지막 남은 입단 티켓 한 자리를 놓고 패자들끼리 다시 겨루는 최종 재대국에 나갈 수 있었다. 결국 최종국에서 극적인 반 집승을 거두고 맨 마지막으로 입단을 결정지었으니 정말 하늘이 도운 셈이다.
20일 입단한 황재연으로서는 23일 치른 명인전 예선 결승전이 프로 입문 후 첫 대국, 첫 승리지만 아쉽게도 공식 기록으로 집계되지 않았다. 물론 대국료도 받지 못했다. 올해 명인전에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참가했기 때문에 대회 규정상 이번 기에는 계속 아마추어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설령 우승을 한다 해도 상금이 지급되지 않고 올해 명인전에서 거둔 성적은 모두 아마추어 때 기록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 개최되는 다른 기전에는 당연히 프로 신분으로 출전하게 된다.
황재연이 입단과 본선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반면 아마추어 최초의 명인전 본선 진출로 화제가 됐던 조인선은 입단에 실패했다. 조인선은 입단 대회 본선 7라운드까지 6승1패를 거둬 입단이 유력했으나 8라운드에서 박영롱에게 반 집패를 당한 후 내리 2패를 해 결국 6승4패로 탈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조인선은 명인전 본선 진출로 이미 입단 포인트 80점을 확보했기 때문에 앞으로 본선 16강전에서 승리할 경우 바로 특별 입단이 가능하다.
한편 같은 날 벌어진 이정우(8단)와 진동규(6단)의 대국에서는 진동규가 승리해 6단으로는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했다. 명인전은 이로써 본선 시드 배정자 4명을 포함, 본선 16강 가운데 14명이 가려지고 오는 30일에 박정환과 강창배, 백홍석과 김진훈이 마지막 남은 본선 티켓을 차지하기 위해 일전을 겨룬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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