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즉각 물러나겠다고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보면서, 과연 무상급식 문제가 주민투표에 이은 시장직 사퇴, 그에 따른 10월 보궐선거 실시라는 평지풍파를 일으킬만한 사안이었는가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 시장이 사퇴함으로써 야기될 행정공백과 정치적 혼란은 물론이고, 당장 그가 추진해온 디자인서울, 서해뱃길사업, 한강 르네상스, 장기전세주택 사업 중 상당수가 좌초할 경우의 후유증을 그려보면, 회견에서 보여준 비장함은 오히려 엉뚱하고 무책임해 보인다. 그가 사퇴의 변을 통해 "갈등과 분열의 정치문화를 건강한 담론의 정치문화로 바꿔 나가는 것이 앞으로 제게 주어진 책무"라고 밝힌 것처럼 주민투표 결행에 앞서 서울시의회, 서울시교육청과 건강한 토론으로 해법을 찾았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거듭 든다.
이제 서울시민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10월26일 새 시장을 뽑을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다시 한 번 무상급식의 범위와 시기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보다 범위를 확대해 국가재정의 우선순위를 성장과 복지 중 어디에 둘지, 또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중 어느 쪽을 택할지를 가늠해보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차분하고 이성적인 정책선거에만 머물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의 측면도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의미가 짙어질 것이다.
선거의 의미가 커진다면, 정치권의 후보 공천이나 시민들의 선택도 그에 걸맞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야 각 정당들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방향에 맞는 후보를 내고 확실한 정책을 내걸어 국민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도 스스로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또 내 삶과 미래에 어떤 후보, 어떤 정당이 좋은지 냉정하게 판단해서 표를 줘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스스로 적임이라며 도전의사를 밝히는 정치인들이 무수히 등장하고 있지만, 이미지나 쇼맨십에 치중하는 인물에 더 이상 시정이나 국정을 맡기지 않도록 냉철하게 판단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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