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산업, 산업이라 부르기 허술하다
문화로 먹고 살기/ 우석훈 지음
'지금의 10대와 20대는, 적어도 전 세대에 비해 문화 생산자나 기획자로 살아가려는 욕구가 강렬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사회에는 그런 에너지를 경제의 원천적 에너지로 전환시킬 장치가 아예 없다.'(서문에서) 한국의 문화산업은 산업이라 부르기엔 규모가 영세하고, 시스템은 허술하다. 청춘들이 뜨거운 열망을 동력으로 달려들지만 하루 세 끼 밥을 먹기조차 힘들다. <88만원 세대>로 유명한 경제학자 우석훈씨가 문화 생산자의 열정만을 갉아 먹는 국내 문화산업을 진단했다. 국내 방송과 영화, 출판, 음악, 스포츠의 현황을 살피고, 이들 산업이 건강한 재생산구조를 지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경제학자답게 산업과 관련한 여러 수치를 통해 위기에 처한 각 분야의 현재를 분석했다. 김태권 그림. 반비ㆍ396쪽ㆍ1만5,000원.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침묵의 권리와 즐거움
침묵의 추구/ 조지 프로흐니크 지음
세상은 너무 시끄럽다. 건설 현장의 소음과 사이렌, 자동차 경적과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음에서 벗어나, 문득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기란 참으로 어렵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어떤 곳으로 순간이동 하고 싶은 갈망은 현대인들이 꽤나 자주 느끼는 충동이다. 소음을 완전히 차단할 수도 없는 현실에서 괴롭다고 불평해봐야 소용없는 일. 침묵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저자는 신경과학자, 진화학자, 음향 전문가, 수도승 등과 인터뷰하는 한편 소음방지 정책의 역사까지 고찰했다. 하지만 방법은 딱히 없다. 사람들은 세상이 조용해지기를 바라면서 한편 더 많은 것을 들으려 하기 때문이다. 다만 책을 다 읽고 나면 불필요한 소음에서 벗어나 침묵에 귀 기울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안기순 옮김. 고즈윈ㆍ360쪽ㆍ1만3,800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디자인과 진실 / 로버트 그루딘 지음
디자인은 일상에 녹아 있어 그 힘이 통제되고 조작되면 놀라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 책은 디자인이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해 깊이 있게 사유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 다도에서 이탈리아 미술의 마니에리즘(기교주의)까지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권력이 인공적인 환경을 조성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겉치장에만 치중해 본질을 외면한 디자인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9ㆍ11 테러로 붕괴된 미국 세계무역센터. 거대한 금권이 만들어낸 이슬람 양식의 이 건축물은 이슬람 원리주의자에게 오만한 도발로 받아들여졌고, 결국 테러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는 해석이다. 제현주 옮김ㆍ박해천 해제. 북돋움ㆍ328쪽ㆍ1만6,800원.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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