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아프리카 철각들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까.
마라톤을 휩쓸고 있는 아프리카의 철각들이 세계선수권대회마저 싹쓸이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과연 이들의 거침없는 레이스를 막을 새 경쟁자가 등장할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육상단은 26일 대구 세계선수권 남자 마라톤 판도를 분석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선수들이 선전한다면 의외의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남자 마라톤은 케냐와 에티오피아로 대표되는 아프리카 선수들의 독무대였다.
이전 12차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중 6차례나 아프리카 선수들이 우승을 휩쓸었고 2000년 이후로는 다섯 차례 모두 정상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는 공인 세계최고기록(2시간3분59초) 보유자인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8ㆍ에티오피아)와 시즌 랭킹 1위 에마뉘엘 무타이(27ㆍ케냐), 올해 보스턴마라톤에서 비공인 세계기록(2시간3분2초)을 세운 제프리 무타이(30ㆍ케냐) 등 'A급 선수'들이 대거 불참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선수층이 워낙 두터워 우승전선에는 이상이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케냐는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아벨 키루이(29)를 필두로 빈센트 키프루토(24)와 엘리우드 키프타누이(22) 등 2시간5분대 선수들이 즐비하다.
에티오피아도 2시간5분~6분대 기록을 보유한 20대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내세워 최근 케냐에 밀리던 아쉬움을 털겠다고 벼르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따냈던 모로코도 올해 서울국제마라톤 우승자인 베테랑 아브데라힘 굼리(35)를 내세워 6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린다. 여기에 신흥 마라톤 강국으로 올라선 에리트레아와 우간다도 각각 베테랑의 힘과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앞세워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강호들이 즐비한데다 예상 외로 서늘한 날씨가 계속돼 아프리카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당초 대구 세계선수권은 고온다습한 조건하에서 아프리카 선수들이 서로 극심하게 견제하는 가운데 기록이 아닌 순위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날씨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이나 베를린 세계대회에서처럼 초반부터 아프리카 선수들이 치고 나가면 다른 선수들은 일찌감치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아프리카 선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올 시즌 10위권 기록을 낸 마리우손 도스 산토스(브라질)가 출전하지 않아 추격자도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전자 육상단은 그나마 아프리카 세를 저지할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꼽았다. 한국은 '맏형' 이명승(32ㆍ삼성전자)을 필두로 3 명의 기록을 합산하는 단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 일본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기타오카 유키히로(29)가 아프리카 철각들의 대항마로 평가됐다.
대구=김종석기자 ld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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