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거리의 자존심’ 김국영(20∙안양시청)의 목표는 간단하다. 머리 속을 깨끗이 비운 채 ‘그냥 뛰는 것’이다. 한국 신기록을 세우려는 욕심도 예선을 통과해야겠다는 욕심도 버린 지 오래다. 자격 예선을 하루 앞둔 26일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만난 김국영은 “2015년에 대구에서 다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세계 대회를 뛰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김국영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한국 신기록(10초23)을 세운 이후 외국인코치 교체와 잦은 주 종목 변경으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1년 동안 책임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래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마음을 비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이날 발표한 출전 선수 명단에서 김국영은 자격 예선 2조 1레인에 배정됐다. 4개조로 치러지는 자격 예선은 세계선수권대회 기준기록(10초25)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들이 펼치는 레이스다. 김국영은 올해 400m 계주에 전념하면서 올해 100m 최고기록이 10초46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자격 예선에서 격돌할 선수 7명 중에서 최고기록이 가장 좋아 1회전 진출을 노려볼 만하다는 게 육상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국영은 전략종목인 남자 400m 계주에 좀 더 무게를 둔다. ‘주장’ 전덕형의 부상 공백이 걸리긴 하지만 400m 계주는 바통 터치 등 변수가 많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지난 5월 23년 만에 39초04의 한국신기록을 세웠던 대표팀이 완벽한 호흡을 맞춘다면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는 “동료들과 멋지게 뛰겠다. 예선에서 탈락하는 망신을 당하더라도 팬들에게 ‘잘했다’는 소리는 꼭 듣고 싶다”고 했다.
김국영은 완벽에 가까운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그렇게 좋아하던 패스트푸드도 두 달 동안이나 끊었다. 현재 몸 상태는 85% 정도다. 김국영은 “나는 한방이 있는 선수”라며 “운만 따라준다면 없던 욕심도 다시 생길 것이다. 지켜 봐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남자 100m 자격 예선은 이번 대회 개막일인 27일 낮 12시55분부터 시작된다.
대구=김종석기자 lef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