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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만들어진 승리자들' 역사의 영웅들은 타고난 게 아니라 시대를 잘 만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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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만들어진 승리자들' 역사의 영웅들은 타고난 게 아니라 시대를 잘 만난 것

입력
2011.08.2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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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승리자들/볼프 슈나이더 지음·박종대 옮김/을유문화사 발행·701쪽·2만3,000원

가난한 직조공의 아들로 태어난 소년은 신대륙을 발견한 '대양의 대제독'이 됐고, 고아로 의지할 데 없는 가련한 여인은 세기의 '섹스 심벌'이 됐다.

콜럼버스와 마릴린 먼로의 얘기다. 콜럼버스보다 먼저 신대륙을 발견한 이가 있었고, 강렬한 성적 매력을 뽐내는 여배우들은 먼로 말고도 많았다. 그런데 왜 하필 이들만 후대에 길이 남은 상징적 인물이 됐을까.

승자의 그늘에 가려졌던 패배자들을 다룬 <위대한 패배자> 의 저자 볼프 슈나이더가 이번에는 승자들의 삶을 파헤쳤다. 백과사전이나 위인 전집에서 익히 보아온 콜럼버스, 나폴레옹, 괴테, 미켈란젤로, 아인슈타인, 니체, 베토벤 등을 재조명했다.

책에는 백과사전 위인들의 사생활과 성향, 특징,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가 세세하게 묘사됐다. 모차르트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리는 틀린 음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였고, 파블로 피카소는 생의 마지막 20년 동안 매일 아침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을 거야"라고 외칠 만큼 삶을 괴로워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시작만 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끝내지 못할 정도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다. 할리우드 스타 그레타 가르보는 뻣뻣한 몸놀림에 큰 발, 넓은 어깨, 납작한 가슴 때문에 우울해 했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들을 평범한 삶으로 끌어내려 흠집을 내려는 의도는 아니다. 책은 그들에게 성과를 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지, 어떤 동기와 운명이 그들을 위인의 경지에 올렸는지, 그리고 그들을 위인의 경지에 올린 이들은 누구였는지, 유명해지기 위해 어떤 수단을 동원했는지를 깊숙이 캐낸다. 그 결과 다양한 해석을 끄집어냈다. 가령 베토벤이나 쇼펜하우어는 범인이 경험할 수 없는 가장 깊은 고통을 감내했기 때문에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고, 요한 슈트라우스와 바그너는 활활 타오르는 질투심이 예술적 경지를 높여주는 원동력이 됐으며, 콜럼버스와 나폴레옹처럼 절묘한 때 우연한 기회를 잡은 이들도 있다.

저자는 약하고 보잘것없던 사람들이 오늘날 칭송을 받게 된 것은 주위 환경과 역사적 배경, 우연과 기회가 잘 맞아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생각 없이 그들을 칭송하는 세간의 평가에 일침을 가한다. 우리가 아는 위인들의 삶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시대가 필요로 하는, 대중이 원하는 위대한 인물로 시기 적절하게 각색된 부분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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