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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협상이 전쟁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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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협상이 전쟁보다 낫다

입력
2011.08.2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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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이 1954년 6월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오찬 회담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에게 "to jaw-jaw is better than to war"라고 말했다고 한다. 'jaw-jaw'는 설전 내지 장광설이라는 말로, 처칠의 발언은 '설전이 전쟁보다 낫다'로 번역할 수 있겠다. 당시는 구 소련의 팽창주의와 공산주의의 확장에 서방세계가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던 시점이다. 젊은 시절부터 숱한 전쟁을 치렀고 패전 위기에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가 전쟁을 두려워했을 리 없기에, 처칠 수상의 이 말은 협상과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관용어로 굳어졌다.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은 'Reluctant Warrior', 즉 망설이는 전사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스스로도 자신을 이렇게 말한다. 영관급 장교 시절 베트남전에 두 차례나 참전한 전형적인 무관인 그가 합참의장으로 있던 1차 걸프전 당시 개전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소수파 참모에 속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망설이는 전사는 전쟁에 신중했다. 그는 그 후 한 인터뷰에서 "전쟁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마지막 수단으로 전쟁에 의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당한 말이지만 현실 세계에서 너무나 쉽게 망각되기에 문제다.

남의 이야기를 이렇게 늘어놓은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협상 자세를 거론하기 위해서다. 오 시장이나 서울시는 시의회와의 무상급식 협상에서 서울형 복지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며 그다지 유연한 태도를 취하지 못했다. 지방선거 민의와 시의회의 위상을 따진다면 오 시장은 보다 낮은 자세를 취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시의회의 무상급식 조례안 통과 후 시의회와의 시정 협의 중단과 시의회 출석 거부 등 대결적 자세를 취했다. 상호신뢰가 바탕인 협상 측면에서 보자면 주민투표 제안과 청구 과정에서도 신중해야 했던 것은 물론이고 보다 적극적인 절충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소송전 남발에다 급기야 주민투표 직전 시장직까지 거는 무책임한 벼랑끝 전술을 택했으니 협상가로서의 면모는 사실 찾아보기 어렵다. 주민투표를 둘러싼 정쟁과 편가르기, 시정혼란에 새 시장 선거와 같은 국력 낭비의 귀책 사유를 몽땅 뒤집어씌울 수는 없지만 불필요한 과잉 대결을 야기한 책임의 상당 부분은 그에게 있다.

보는 이에 따라 이번 파국을 두고 망국적 포퓰리즘의 방파제를 세워야 한다느니, 이참에 복지 확대 논전을 본격화해야 한다느니 하며 불가피한 대결과 확전을 부추기는 이들이 있지만 대한민국이 좌우 갈등의 극한 전쟁터가 되는 데 불편해 하는 사람도 많다. 투표를 하지 않은 서울의 유권자 75% 가운데는 무상급식을 바라서가 아니라 이러한 대결 정치에 신물이 난 정치 혐오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속가능한 성장과 복지 확대의 균형점을 찾는 데는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하고 쉬운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벼랑끝 대립을 통해 승패가 가려지는 끝장을 봐야 그 길이 찾아지는 것도 아니다.

효율적인 협상에는 10%의 테크닉과 90%의 자세가 필요하고 양쪽 모두 행복하지 않은 결론을 받아들일 태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 정치가 이러한 협상의 자세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 앞으로 얼마나 더 신물이 넘어올 지 걱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오 시장은 '망국적 포퓰리즘'에 맞서 원칙을 훼손하지 않은 보수의 아이콘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국면(局面)에 임하는 그의 자세를 보면 국가 지도자감으로는 솔직히 자질 부족이다.

정진황 사회부 차장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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