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이후의 세계/제프리 스티벨 지음·이영기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발행·264쪽·1만4,000원
"인터넷은 뇌다."
어찌 보면 황당한 주장이다. 컴퓨터도 아니고 인터넷이 뇌와 닮았다니.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40세 이하 인물 중 가장 영향력 있는 40인' 중 한 명인 저자 제프리 스티벨 웹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터 메모리와 뇌의 신경세포가 전기신호로 작동한다는 거 말고는 그 이상의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대신 그가 주목하는 건 인터넷이다. 뇌가 1,000억 개의 신경세포로 오밀조밀하게 연결돼 있듯 컴퓨터와 인터넷의 웹사이트는 수많은 링크로 묶여 있다. 컴퓨터를 한 개의 신경세포로 보면 전 세계 컴퓨터가 얽히고설킨 인터넷이 곧 뇌의 신경망이란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터넷이 우리의 뇌와 닮았고, 뇌를 닮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야구경기에서 외야수가 공을 잡으려고 한다고 치자. 외야수는 공의 거리, 바람의 세기, 잔디 상태 등 수많은 정보를 계산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공이 어디로 어떻게 날아올지 뇌가 '예측'해 움직이는 것이다. 뇌의 고유 기능인 예측을 인터넷도 모사하기 시작했다. 미국 쇼핑웹사이트인 아마존에선 고객이 원하는 책이나 상품을 추천해준다. 소비자가 이전에 샀던 책 목록을 토대로 신간들 중 좋아할만한 책을 인터넷이 예측해 보여주는 것이다.
인터넷의 진화 속도는 뇌보다 훨씬 빠르다. 현생 인류의 뇌 용량은 1,500cc로 원시 인류(450cc)의 3배 이상이다. 하지만 뇌가 이렇게 커지기까지 수백만 년이 걸린 반면, 인터넷은 10년 동안 연평균 850%씩 성장해왔다.
저자는 5~10년 후엔 '생각하는 인터넷'이 등장할 걸로 본다. 웹의 정보를 스스로 조합해 추론하는 인터넷.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웹 2.0보다 진화한 웹 3.0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이때가 되면 인터넷이 최적의 여행지를 추천해주고 여행기간에 읽을 책과 볼만한 영화 등을 알아서 준비할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기업은 고객이 본 광고나 구매한 제품을 근거로 성향과 관심을 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수 정보기술(IT) 회사들은 '인간의 뇌를 닮은 인터넷'을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웹 3.0 시대. 저자는 인터넷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원제는 < Wired For Thought >.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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