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전투에 하고 있는 리비아 시민군과 정부군이 상대편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등 보복성 행위를 자행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5일(현지시간) 수도 트리폴리 중심가에서 30여명의 정부군 시신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총알 세례를 받아 몸은 벌집이 되고 일부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도 훼손이 심했으며 2명은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정부군이 카다피 관저 바브 알 아지지야에서 민간인들을 처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리폴리 미티가 병원의 의료진들은 "정부군이 트리폴리 함락 직전 정치 활동가로 보이는 민간인 포로 17명을 살해했다"며 "카다피가 생포돼 전쟁 범죄로 기소될 경우 재판의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시신을 부검했다"고 말했다. 카다피군에 붙잡혔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한 남성은 BBC 인터뷰에서 "며칠 동안 고문을 하다 벽을 보며 무릎을 꿇게 한 뒤 (정부군이) 총을 갈겼다"고 말했다.
포격과 교전에 따른 민간인 피해자도 넘쳐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난 며칠간 포격으로 목숨을 잃은 민간인 시신 170구가 자위야 병원 시체 안치소를 거쳐갔다"고 참상을 전했다.
유엔은 시민군, 정부군 양측에 폭력과 보복의 자제를 촉구했으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민주적인 새로운 리비아 건설을 위해 보복 행위를 그쳐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아프리카 이주 노동자들이 카다피의 용병으로 오인돼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다피의 행방이 여전히 묘연한 가운데 트리폴리 인근 아부살림 등에서는 이날도 치열한 교전이 이어졌다. 시민군은 트리폴리와 벵가지 양쪽에서 카다피 고향 시르테로 진격해 정부군과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카다피는 알 오루바 등 아랍권 방송을 통해 "쥐새끼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집에서 나와 트리폴리를 해방시키라"는 등의 육성 메시지를 또 다시 전했다.
국제 사회는 리비아 재건을 위한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의 요청에 따라 이날 미국 내 카다피 동결 자산 중 15억달러(1조6,200억원)를 해제했다. 이 돈은 수일 내 리비아로 송금돼 긴급 구호에 쓰일 예정이다.
한편 시민군이 바브 알 아지지야를 점령한 뒤 콘돌리사 라이스 전 미국무장관의 사진첩을 발견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통신은 "전리품 중 가장 특이한 것"이라고 사진첩을 소개했다. 카다피는 평소 '콘디'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라이스 전 장관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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