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국내 증시의 인물 테마주는 대개 정치인과 관련돼 있었다. 해당 주식의 거품 여부를 떠나 그 인물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강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박근혜 테마주', '문재인 테마주'로 이름을 날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엔 연예인 테마주도 등장했다. 4년간 장수한 KBS 예능 프로그램 을 6개월 시한부로 만든 방송인 강호동이다.
강호동이 하차 의견을 밝힌 뒤 1주일 새 1박2일 시청률(14일)은 7.5%포인트(25.9%→18.4%)나 급락했다. 제작진은 "6개월 뒤 종영, 모든 멤버 하차"라고 시청자들한테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
우는 자가 있으면 수혜를 보는 쪽도 있는 법. 미디어 사업을 하는 '제이콘텐트리'는 '강호동 테마주'로 분류돼 코스닥시장에서 이달 저점(9일) 대비 64.12%(24일 기준) 뛰었다. 연초와 비교하면 115%나 폭등한 셈이다. 강호동 하차설이 불거지면서 중앙일보 계열 종합편성채널인 jTBC로 이적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제이콘텐트리는 jTBC의 계열사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jTBC는 강호동 등 특급 스타 영입을 포함해 향후 2,300억~2,500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제이콘텐트리는 jTBC가 조달한 콘텐츠를 케이블 및 IPTV에 공급해 받는 수수료로 향후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호동은 지난해 출연료로만 20억원을 벌어들였는데, 종합편성채널이 4개나 신설돼 특급 스타 영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이제 부르는 게 값인 더 '귀하신 몸'이 됐다.
테마주까지는 아니더라도 관련 회사의 주가 상승으로 대박을 터뜨린 연예인들도 있다. 가수 출신 프로듀서 이수만 SM 회장은 K-팝(한국대중음악) 열풍 덕에 회사 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연예인 주식부자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18일 주식평가액(지분 24.74%)은 종가 기준 1,426억6,000만원으로, 2000년 4월 상장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엔터테인먼트 테마주인 '로엔'은 소속 가수 아이유의 흥행에 이어 MBC 프로그램 의 음원 독점 공급원이 되면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비 73.6% 치솟았다. 이 덕에 주가도 최근 6개월간(3월 23일~8월 24일) 125.08% 급등했다. 비록 음원 사업은 7월부터 다른 곳으로 넘어갔으나 아이유의 활약 덕에 주가는 아직까지 굳건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아이유가 부진하면 실적 개선과 무관하게 로엔의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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