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 줄게. 한 번만 만나자.”
서울 한 고등학교 3학년인 A(17)양에게는 지난 1월부터 이상한 문자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 모르는 남성들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돈을 줄 테니 성관계를 맺자”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대화 상대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는데 그 대화 상대가 한 포털사이트 성매매 카페에 A양의 전화번호를 올린 것이었다.
A양은 성매매 요구를 무시하거나 거절했다. 그러나 조모(55ㆍ건물 임대업)씨는 끈질겼다. 조씨는 10차례 넘게 계속 연락을 해왔다. A양은 조금씩 흔들렸다. 생후 100일 때 부모의 이혼 후 줄곧 서울 용산구 이모 집에서 살아온 A양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 갖고 싶지만 사지 못한 것이 많았다.
지난 2월 조씨의 사무실이 있는 용산구 한강로의 한 오피스텔에서 조씨와 성관계를 맺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A양은 조씨에게 한 차례에 20만~25만원을 받고 10차례 넘게 성매매를 했다. 다른 남성들의 요구도 받아들였다. 20대 중반의 무술 사범 등 6명의 남성이 A양에게 접근했고 강남 노량진 등의 모텔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졌다.
이 위험한 만남은 한 주민의 제보로 경찰에 적발됐다. 하지만 A양을 조사한 경찰은 깜짝 놀랐다. 경찰 관계자는 “‘원조교제’는 가출 청소년 등이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A양은 고교 내신등급이 2등급일 정도로 똑똑하고 성실한 여학생”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A양이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인데 집요하게 연락이 오니 유혹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5일 조씨 등 성매수 남성 3명을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A양의 진술에 따라 추가 혐의자 4명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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