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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문화전도사 홍석우 KOTRA 사장 "올 연말 제 판소리 한 대목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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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문화전도사 홍석우 KOTRA 사장 "올 연말 제 판소리 한 대목 기대하세요"

입력
2011.08.26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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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열풍을 이야기할 때마다 관가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막걸리 전도사’로 통하는 홍석우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이다. 그런데 요즘 그에게 ‘판소리 예찬론자’라는 애칭이 하나 더 붙었다. 단순히 좋아만 하는 게 아니다. 강의까지 할 만큼 내공도 상당하다.

사실 그는 이미 지인들 사이에서 ‘판소리 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했다.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근무 시절 일반대중을 상대로 5차례나 판소리에 대한 강연을 했을 정도. 지난해 3월 중소기업청장에서 물러나던 날 안숙선 명창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을 정도로 국악계 인사들과 교분도 깊다.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까지 이어지는 판소리 완창을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꼭 챙길 정도로 열정도 상당하다.

젊은 시절 그는 오페라 마니아였다. “30대 초반부터 그야말로 오페라에 푹 빠져 있었다”는 그가 판소리에 매료된 건 2000년 가을 국립극장에서 성우향 명창의 ‘심청가’를 듣고서라고 한다. 우리의 정서가 듬뿍 들어가 있으면서 오페라처럼 이야기와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판소리야말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훌륭한 문화유산이란 생각에 그 길로 전문서적과 음반을 수집하며 판소리 공부에 매달렸다. 덕분에 그는 각 판소리들의 배경과 역사를 술술 꿰고 있다.

판소리에 얽힌 일화 하나. 산자부에 있을 때 “판소리는 완창을 봐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면서 직원들을 데리고 국립극장에 갔다고 한다. 그는 “공연이 두 시간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두 시간이 다 되도록 심청이 인당수로 향하질 않더라”며 웃었다. 두 시간이 더 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그만 나가자는 직원들을 설득해 끝까지 앉아있었는데, 공연이 모두 끝난 뒤 후반부가 더 좋았다는 데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한다.

홍 사장은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조상님들이 일고수이명창(一鼓手二名唱)이란 얘기를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더라”고 했다. 직원들이 후반부에 고수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진단을 했는데, 고수가 첫째이고 명창은 두 번째라는 말 속에 뒤에서 조용히 받쳐주는 역할을 중시하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연말에 홍 사장을 만나는 이들이라면 그가 하는 판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기자간담회 때 ‘판소리 한 대목 들려달라’는 요청이 나오자 홍 사장은 “나름대로 연습은 하고 있지만 지금은 누구 앞에서 소리를 할 정도는 아니고 연말쯤에는 한번 해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홍 사장은 요즘 KOTRA의 국내기업 해외시장 진출 및 수출지원 업무에 우리 고유의 색깔을 입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호텔이나 전시장을 빌려 무역상담회나 포럼, 상품전 같은 행사를 하는 경우 많은데, 외국인 바이어나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호의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초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스에서 한국상품전을 개최할 때 선보인 퓨전국악 공연도 그 일환이었다.

그는 “언뜻언뜻 아이디어가 떠오르긴 하는데 이게 하룻밤 자고 나면 바뀌곤 한다”면서 “취임 100일이 되는 10월 초에는 실현 가능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할 생각”이라고 했다. 수출과 문화를 결부시켜 시너지를 내겠다는 홍 사장의 포부가 어떻게 구체화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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