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화가 이경윤(1545~1611)이 세상은 뜬 지 400년이 되는 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를 기념해 이경윤의 그림을 중심으로 서화관 회화실의 전시물을 교체 했다. 이경윤과 동생 이영윤, 아들 이징, 이경윤의 영향을 받은 김명국과 조세걸의 작품 등 17세기 회화 26점을 새로 걸었다. 중앙박물관은 4개월마다 전시물을 교체한다.
이경윤은 성종의 증손자 이걸의 맏아들로 태어난 종실 화가다. 그의 생애는 생몰년 말고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작품 또한 서명과 도장이 없어 그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종실 출신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배경으로 부자가 모두 그림으로 이름을 날린 터라, 후대의 여러 문헌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언급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이경윤은 명나라 때 절강성 지역 화가들이 구사한 이른바 절파 화풍을 조선 화단에 정착시킨 주역이다. 강희안 김시 등의 그림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조선의 절파 화풍은 이경윤을 거치면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 김명국, 조세걸 등 후대로 전해졌다. 조선 전기를 풍미한 안견파 화풍은 부드럽고 서정적인데 비해 절파 화풍은 거칠고 흑백의 명암 대조가 뚜렷하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