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리비아 재건을 논의하고 이권을 챙기는 가운데 독일만 '왕따'를 당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23일(현지시간) "리비아 시민군의 승리가 독일 외교정책을 조롱거리로 만든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에 대한 군사개입을 결의할 때 이에 반대하며 기권했다. 공습에 참여한 프랑스 영국 등이 일제히 내전 6개월만에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시민군의 승리를 환영하며 리비아의 석유산업과 재건사업 등 이권 챙기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이렇다 할 기여를 하지 않은 독일로서는 '챙길 몫'이 없다.
대신 독일은 리비아 재건에 이런 저런 부담만 안게 생겼다. 6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리비아 재건 지원요청을 받은 메르켈 총리는 건설인력과 치안병력을 리비아에 보내야 할 처지다. 처음부터 군사 작전을 함께 했었다면 재건 참여에는 부담이 덜 했을 것이라고 슈피겔은 분석했다. 집권을 노리는 부족들이 세력다툼을 할 게 뻔한 위험한 상황에서 재건임무를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의 멘토와도 같은 헬무트 콜 전 총리도 메르켈 정부의 외교정책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1990~98년 통일 독일의 총리를 지낸 콜은 24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세계정치 무대에서 제멋대로 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소아적 생각을 버리고 한 목소리를 내라"며 "독일이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회복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에 대해 "모든 시기에는 저마다 특별한 도전이 있다"며 "현 정부는 유럽 및 세계 동맹국과 굳건한 결속력을 갖고 우리 시대의 도전들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발끈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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