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을 예상하고 컨디션을 맞추고 있는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 현지의 기온이 당초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 서늘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아침 저녁에는 섭씨 20도 가까이 ‘급강하’해 외투를 걸쳐야 할 정도다. 개회 첫날인 27일에는 태풍‘난마돌’이 상륙한다는 소식마저 전해지면서 혼란스런 기운마저 감돈다.
대회 개막을 48시간 앞둔 25일 대구는 특유의 불볕 더위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전날부터 간간히 내린 비로 기온이 크게 내려간 상황. 이날 오후 현재 기온이 25도일 정도로 예년에 비해 6도 이상 떨어진 상황이다. 대구 기상청은 27일과 30일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고 기온도 23도~29도로 초가을 날씨를 전망했다.
뜻밖의 이상 저온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남녀 마라톤대표팀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당초 대구의 한증막 더위를 대비해 더위에 강한 선수 위주로 팀을 꾸렸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선수들이 대구의 고온 다습한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중도에 주저앉으면 메달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이같은‘반사 이득’은 물건너 갔다는 분위기다. 대회 첫 경기주자로 나서는 여자 마라톤팀을 이끌고 있는 유재성(52) 코치는 “예상과는 정 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서늘한 날씨 못지 않게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도 육상과는 상극이다. 미끄러운 트랙에서 선수들이 제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재근 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는 “비가 오지 않고 날씨가 흐리기만 해도 멀리뛰기와 세단뛰기 등 도약 선수들은 어려움을 겪는다”며 “도움닫기 후 공중으로 도약할 때 기압이 위에서 찍어 누르는 듯한 느낌이 있어 평소보다 공중에 많이 뜰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남자 경보 20㎞에 나설 김현섭(26ㆍ삼성전자)은 “뙤약볕 보다는 선선한 날씨가 체력을 아낄 수 있어 레이스를 펼치기엔 더 좋다”고 말했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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