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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이 지갑 털어간다" 북유럽국들 '노여운 낯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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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이 지갑 털어간다" 북유럽국들 '노여운 낯빛'

입력
2011.08.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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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위기를 겪으며 유럽 내 남북갈등이 유례 없이 심해지고 있다. '하나의 유럽' 정신이 퇴색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구제금융비용을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할 북유럽 나라에는 유럽연합(EU) 회의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부유한 EU 회원국이 올리브존(남유럽 국가)에 대한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전에도 EU 회원국 간에 빈부의 격차는 존재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만 8,748달러의 룩셈부르크부터 그 14분의 1인 루마니아(7,535달러)가 한데 묶인 EU는, 회원국을 27개로 확대하면서 통합의 강도를 높여 왔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달라졌다. 북유럽 국민들의 불만은 그들의 세금이 자국에 쓰이지 못하고 남쪽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슈피겔은 "그들은 열심히 일해 모은 수천억 유로가 남유럽 원조로 사라진다고 생각한다"며 "보이지 않는 균열이 유로존을 갈라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만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나라는 핀란드다. 구제금융지원에 반대한 극우정당 트루핀스(진짜 핀란드인)가 19%의 지지를 얻어 제3당으로 약진한 핀란드는 최근 그리스 지원의 조건으로 담보를 요구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는 유일한 요구였다. 하지만 핀란드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다른 나라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져 구제금융 절차가 상당히 늦어질 수 있다.

독일도 비슷하다. 슈피겔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이 구제금융에서 독일의 역할이 커지는데 불만을 가지고 있다"면서 일부 의원들이 유로존의 해법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 보도했다. 이밖에 네덜란드 극우정치인 게르트 빌더스 자유당 당수는 남유럽 국가를 '마늘 먹는 나라들(garlic countries)'이라고 비꼬는 표현까지 써 가며 구제금융을 반대했다. EU체제 유용성을 강조해 온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국민들로부터 "납세자의 돈을 외국으로 넘겨주려 하느냐"는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이처럼 북유럽 국민들이 남유럽 사람들에게 자기 지갑을 털린다는 피해 의식을 갖고 있지만, 사실은 그들이야말로 유로화로 통합된 단일시장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만 봐도 산업경쟁력이 높은 국가들이 단일통화에서 얻는 이익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유로가 아니었다면 무역흑자 기조가 이어져 자국통화가치가 절상되고 수출경쟁력이 약화해 흑자가 줄어드는 경기순환을 겪는 것이 정상이지만, 유로존이 하나의 통화로 묶이는 바람에 이 같은 흑자감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룩셈부르크가 경이적인 1인당 소득을 거두는 것 역시 이 나라 은행산업이 유로화 통합의 수혜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EU와 유로존에 대한 대안은 없으면서도 그 불만을 이용해 우파정치세력이 지지층을 넓히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렉산더 페크톨트 네덜란드 사민당 원내대표는 "그들(우파)은 EU가 주는 이익은 안중에 없고 회의적인 부분만 자극해 여론을 조작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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