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받고도 모자라 더 달라고. 기아차 노조가 지난달 올해 임금협상안을 부결시킬 때만 해도 그런 줄 알았다. 아무리 회사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급 9만원(5.17%), 성과·격려금 300%+700만원에 자사주식 80주'로도 부족하단 말인가. 때마침 한 식구인 현대차도 임금협상을 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보고 거기에 맞춰 달라고 할 참인가. 이러니 귀족 노조, 이기주의 노조란 말을 듣지. 19일 노조가 받아들인 최종협안은 이런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게 만들었다."겨우 이것 하나 더 챙기려고 재협상까지 했나"싶다.
■ 사회공헌기금 50억원. 노조 자신들의 주머니를 더 채우려는 것이 아니지만, 특별한 것도 아니다. 이제 우리 노조들도 자기이익에만 골똘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현대차 노조가 명절선물비를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받기로 한 것도 지역 소상인과의 상생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50억원도 마찬가지지만 그 목적과 방향이 분명한 것이 조금은 색다르다. 막연한 불우이웃돕기가 아닌 오로지 10년 동안 '교통사고 유자녀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쓴단다. 한편으로는 당연하면서도, 참으로 멋진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OECD 회원국 중에 1위, 사망자수(2008년 2.9명) 3위다. 6월 현재 국내 등록된 자동차가 1,826만대이니 줄잡아도 1년에 5,000여명의 생명이 자동차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그 때문에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아이들이 30만명에 가깝다. 부모가 사고를 당해 고아나 다름없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정부의 손길도 턱없이 부족해 그 중 60%이상이 소년소녀 가장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으니 공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는 기아차가 이들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겠다는 것이다.
■ 그들의 불행이 자동차를 만든 사람들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넓게 보면 자동차도 간접 책임에서까지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기아차는 바로 그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이다. 더구나 현대차와 더불어 국내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누구보다 먼저 그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갖고, 도움을 주는 것이야말로 값지고 바람직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일 것이다. 이왕에 아름다운 마음을 먹었으니 더 크고, 긴'봉사'가 되면 좋겠다. 더불어 앞서 시작한 현대차의 비슷한 사업인'세 잎 클로버 찾기'도 계속 키워가면 더 좋겠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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