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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알뜰 장보기 물가정보… 그게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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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알뜰 장보기 물가정보… 그게 뭐죠?"

입력
2011.08.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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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장보기 물가정보요? 처음 보는데… 이게 뭐에요?"

25일 경기 과천시 한 대형마트. 과일판매 코너에서 포도를 고르던 주부 유모(34)씨는 정부가 제작한 '주간 알뜰 장보기 물가정보(이하 알뜰정보지)'를 보여주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혀 모르는 눈치다. 자료 내력을 설명해주자 그때서야 훑어본다. '지난주 배추ㆍ햇과일 가격 내림세, 수산물은 오름세', '이번 주 배추값 오름세 완화, 과일값 내릴 것' 등 가격동향을 읽더니, "다 아는 얘기 아니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유씨는 오히려 "매주 두세 차례 장을 보는 주부들이 물건값 동향을 모르겠느냐, 누가 이런 걸 인터넷으로 찾아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이달 초 물가안정 대책이라며 의욕적으로 내놓은 '물가 예보제'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날씨예보처럼 농수축산물 수급상황과 가격추이 등 물가정보를 제공해 합리적 소비를 장려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정작 결과물은 현실과 한참 동떨어졌다는 평가다.

정부는 물가관계장관회의 결정에 따라 지난주부터 농수산물유통공사(aT)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한 차례씩 알뜰정보지를 공개한다. 한데 출발부터 반응이 싸늘하다. 첫 주 알뜰정보지의 조회건수는 고작 220여건, 이번 주는 200건에도 못 미친다. 실제 기자가 마트에서 만난 주부 10명 중 알뜰정보지를 알고 있거나 찾아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매일 아침 지상파 방송으로도 같은 정보가 공개된다고 알려줬더니, 유씨는 "식사준비 때문에 앞으로도 못 볼 것 같다"고 했다.

정부의 노력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기는 했다. 보통 한 주에 한 번 장을 본다는 김애리(50)씨는 "나처럼 마트나 시장에 잘 오지 않는 주부들한테는 흐름을 알려줘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지만, 10명 가운데 "알뜰정보지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답한 사람은 김씨가 유일했다. 심지어 "쓸데없이 이런 걸 왜 만들었대요"라는 반문까지 나왔다.

주부들이 느끼는 문제점은 뭘까. 우선 정보지 내용과 실제 주부들의 정보욕구 사이에 괴리가 컸다. 이번 주 농축수산물 구매 포인트로 꼽은 바나나가 대표적인 예. 정보지는 8월부터 바나나에 할당관세가 적용돼 소비자가격이 한달 전에 비해 4.2% 하락한 100g당 253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매장에선 당도가 높은 스위트바나나가 몇 주 전부터 100g당 289원에 판매되고 있었고, 일반바나나는 지난 주 1송이를 3,490원에 할인 판매했던 행사가 끝나 오히려 3,990원으로 올랐다. 박영희(57)씨는 "미세한 가격 차이는 그저 수치일 뿐 실제로 잘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물가당국자에게 필요한 전체적인 물가흐름보다는, 우리동네 어느 곳이 싼 지를 알고 싶다는 지적도 많았다.

또 같은 품목이라도 크기나 신선도,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알뜰정보지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 지난주 무 1개 3,762원이라는 알뜰정보지 내용을 본 신은혜(55)씨는 "지난주 안양시 박달시장에서 손바닥만한 크기 무가 1개 4,000원이었고, 이보다 조금 큰 건 5,000원이었다"며 "정보지는 어떤 크기의 무를 기준으로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우 등심의 경우 마트가격은 100g에 2등급 4,890원, 1+등급 6,890원으로 평균가격(5,890원)은 알뜰정보지(5,765원)와 비슷했지만, 등급별로는 2,000원이나 차이가 났다. 이 매장의 축산팀장은 "알뜰정보지는 쇠고기 돼지고기 가격을 500g 기준으로 표기해 마트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100g 기준과 다르고, 그렇다고 통상적인 1근(600g)도 아니라 누가 번거롭게 계산까지 하며 사용하겠냐"고 반문했다.

한승희(40)씨는 "중간상인 등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선해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가격 격차를 줄이는 데 더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주문했다.

이 같은 현장 반응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가격정보 공개를 시작한 지 2주째라 이용빈도가 차차 늘어날 것이고 제수용품 수요가 많은 추석 성수기 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정된 공간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기 어려워 해당사이트에 지역별로 비교하도록 매장 30곳을 링크해놨다"며 "앞으로 시행착오가 있으면 내용도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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