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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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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위기

입력
2011.08.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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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이 경제위기의 후유증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2008년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은행의 도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G20의 공조를 통해 해결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 그리스의 재정위기, 미국 경제의 신용도 하락에 이은 영국의 폭력적 소요사태는 위기의 여파가 아직 존재하고 있고, 보다 심각한 사회적 혼란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불균형적인 정책 운용이 낳은 결과

최근 영국은 런던 북부에서 작은 시위로 시작된 소요사태가 전국의 주요도시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커다란 혼란을 겪었다. 경찰에 대한 항의시위가 폭력화되고, 타인의 재산을 파괴하고 훔치는 약탈사태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범죄자와 빈곤지역의 일부 청소년들의 폭력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으로 보거나, 소셜 미디어로 인한 우발적 소요로 단정 지으면 안 된다. 그 기저에는 훨씬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인 구조적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008년 로이드은행 등의 도산을 막기 위해 영국 정부는 약 500억파운드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로 인해 경제위기 이전 GDP 대비 43%이던 국가부채가 2010년 약 62%로 증가했고 정부의 재정적자도 2008년 2.3%에서 10.2%로 늘었다. 급박한 경제위기에서 금융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공공재정을 투입하는 불가피한 선택을 했지만, 이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영국 정부가 제시한 대안은 보건과 개발협력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재정지출을 대폭 감축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실업수당, 장애인 수당, 공공주택 투자 등 복지예산이 대폭 축소되고, 환경보호 예산도 대폭 삭감되었다. 뿐만 아니라 공공 부문에서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실시되었다.

그런데 경제위기가 금융권의 무책임하고 위험한 투자로 초래됐다면 일반 시민들에게 제공할 복지를 대폭 축소하는 정책방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투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 금융권과 부동산 업계의 재벌과 최고경영자 등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영국 정부의 재정정책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강력히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단순히 조세부담 증가를 통한 재정위기의 극복은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보다 근원적인 대안은 경제성장을 통한 재정수입의 증가이다. 문제는 활력 있는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과 함께 일자리와 사회안전이 동시에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지난 10년간 영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금융과 부동산 부문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제조업, 서비스업, 유통업 등의 지속적인 침체를 방치했다. 고용 효과가 큰 이들 산업의 침체로 청년층 실업률은 최근 20%를 기록하고 있으며, 근로빈곤층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소득불평등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이번 소요사태는 시한폭탄처럼 언제든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실패한 신자유주의 정책 의존 안돼

이번 소요로 카메론 총리는 청소년에 대한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폭력과 약탈에 가담한 사람들을 엄격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은 지난 30년 동안 대처 정부와 블레어 정부를 거치며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이나 제3의 길이 영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실패했다는 데 있다. 장기적이고 전략적 관점에서 국가경제의 발전을 추구하기 보다는 단기적 관점에서 수익성 높은 특정 집단의 경제적 이익추구를 강조하는 경제패러다임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국 정부가 또다시 실패한 신자유주의정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정책의 빈곤을 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정책구상의 마련이 시급한 때이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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