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25.7%를 기록해 개표 없이 무산되긴 했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시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대법원), 이상수 민주당 전 의원 등이 제기한 주민투표청구 수리처분 무효확인소송(서울행정법원),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청구 및 투표효력정지 가처분 신청(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각각의 사안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무상급식 정책에 큰 변화가 생기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우선 서울행정법원과 헌재에 각각 계류 중인 주민투표청구 수리처분 무효확인 소송이나 권한쟁의 심판청구ㆍ가처분 신청의 경우, 그 실효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이 소송들의 핵심 쟁점은 주민투표 발의의 위법성 유무, 투표결과의 효력 인정여부로 압축되는데, 이미 유효 투표율(33.3%) 미달로 투표 자체가 무산된 상황에서 이를 따져봐야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그나마 관심이 쏠리는 것은 대법원에 계류 중인 조례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 결과다. 서울시는 지난 1월 시의회를 상대로 “무상급식 조례는 서울시장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해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이 만약 서울시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조례가 무효라고 판단하면, 시교육청은 무상급식 정책을 시행할 법적 근거를 잃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이 나온다 해도 무상급식 정책에 커다란 제동이 걸리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무상급식 정책 자체가 아니라 조례의 위법성만을 판단하기 때문에, 시의회가 서울시의 예산 분담 등 논란이 된 부분만을 수정해 다시 조례를 의결하면 문제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로선 양측의 서면 공방만 이뤄지고 있을 뿐이어서, 언제쯤 선고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단은 현행 조례에 근거해 무상급식 정책을 추진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향후 이와 유사한 기관 간 충돌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일종의 ‘원칙’을 제시하는 선례를 남기는 의미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변호사는 “헌재는 교육정책에 대한 시장과 교육감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경계를, 대법원은 시장의 예산 편성권에 대한 범위를 각각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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