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서귀포 강정마을 사태와 관련, 관할 경찰서장을 전격 경질했다. 부실대응에 대한 문책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시위자들에 대한 강력한 법 집행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송양화(58) 서귀포경찰서장을 제주경찰청 청문감사관으로 보내고 강호준(55) 제주청 청문감사관을 서귀포서장으로 발령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조치는 조 청장이 이날 오전 간부회의에서 전날 발생한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운동가들의 업무 방해 사건과 관련, 서귀포경찰서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송 서장 교체 지시 후 불과 4시간 만에 이뤄졌다. 당초 육지에서 능력 있는 총경급 인사를 보내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제주지역 정서를 감안, 제주청 총경급 인사 12명 중에서 발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동부, 제주서부서장 등을 지낸 신임 강 서귀포서장은 제주 출신으로 80년 순경 공채로 임용된 뒤 줄곧 제주에서 근무했다.
조 청장은 간부회의에서 강동균(54) 강정마을회장을 비롯, 마을주민 시민운동가 등 5명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공권력이 7시간 30분 동안 무력화 상태에 있었던 데 대해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행위자를 연행하는 경찰차량이 7시간 이상 시위대에 억류된 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서귀포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를 들어 이들을 제주지검에 불구속수사 지휘를 요청했지만 검찰은 경찰 억류 등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더 크다고 판단, 수사지휘 보류를 내린 부분도 경찰로선 매우 엄중하게 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 청장이 지난달 21일 제주도 방문에서 시위자들에게 길이 막히는 일을 직접 경험했다”며 “당시 경비, 정보라인에 문책성 인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권력 확립 의지가 보이지 않자 결정한 일”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조 청장은 당시 현장에 대한 지휘ㆍ통제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오전에 경감급 5명을 현장에 급파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4일에는 2개월 가까이 중단됐던 공사를 국방부 출입기자단의 현장 방문에 맞춰 해군이 재개하려 하자 주민들이 이를 막아 섰고, 경찰이 이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주민 200여명과 7시간 이상 대치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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