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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을 상품안내소로… 인천당은 해안대리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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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을 상품안내소로… 인천당은 해안대리점으로

입력
2011.08.2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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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재산’ 조직원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총책 김모씨는 북한 225국으로부터 사업활동으로 위장한 음어(陰語) 형태로 지령을 전달 받았다. 조선노동당은 상품안내소로, 정세분석자료는 회사경영전망자료, 반미반전평화수호는 생존조건마련사업 등으로 위장했다. 또 위대한 장군님은 민족의 위인, 공화국은 큰집, 인천지역당은 해안대리점 등의 용어를 사용해 교신했다. 긴 문구를 사용해도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없었다. ‘6.15공동선언 실현ㆍ조국통일’은 회사권익 수호로, ‘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는 회사와 경영 상대방과의 관계 등으로 표현했다.

특히 조직원들은 이메일을 통해 지령문을 받거나 보고문을 보낼 때 북한이 개발한 암호화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라피’ 기법을 이용했다. 이 기법을 통해 조직원들은 비밀 메시지 내용을 신문기사 등의 정보에 숨겨 제3자가 알아볼 수 없도록 했다. 파일명이나 확장자명을 변경한 뒤 실행해야 은닉된 메시지가 추출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신문기사로 보인다.

북한은 조직원들의 실명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대호명(對號名)을 부여했다. 대호명은 산과 강, 봉(峰), 천(川) 등 기억하기 쉬운 명칭으로 남한 내 고정간첩들에게 부여되는데, 비중이 높은 조직일수록 유명한 명칭을 사용한다. 1980~90년대 간첩사건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상징하는 광명성 및 금강산을 대호명으로 사용한 간첩이 적발되기도 했다. 왕재산 조직원들의 경우 총책과 지역책은 관덕봉ㆍ관순봉ㆍ관상봉, 연락책과 선전책은 성남천과 성봉천으로 명명됐다.

검찰 관계자는 “암호화 기법 등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수사환경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통신비밀보호법 등 안보 관련 법체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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