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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노랫말에 술 들어갔다고 유해 판정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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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노랫말에 술 들어갔다고 유해 판정 안돼"

입력
2011.08.25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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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안철상)는 25일 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그룹인 ‘에스엠 더 발라드’가 출시한 음반 ‘너무 그리워’와 수록곡 ‘내일은’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한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낸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통보 및 고시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곡에 포함된 (술에 관한) 표현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관용적 표현일 뿐 술 효능 등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거나 음주를 권장하는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유해매체 결정 고시를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학작품이나 드라마 등에서 술 마시는 내용이나 장면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술’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고 해서 청소년에게 음주를 조장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작가가 술을 마시는 내용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고 작품의 예술적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창작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허용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가사 내용이 술을 심하게 마셔 자아 파괴에 이르게 하거나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행위 등을 표현하면서 이를 정당화, 미화하는 것으로 해석될 경우 청소년 유해매체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지난 1월 해당 곡에 포함된 ‘술에 취해 널 그리지 않게’‘술에 취해 잠들면 꿈을 꾸죠’라는 부분에 대해 “현실을 도피하려고 술을 마시는 건 유해한데, 제작자가 술의 유해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며 곡과 음반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했다.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결정된 곡은 청소년보호시간대인 평일 오후 1시부터 밤 10시, 주말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모든 방송매체에서 방송이 금지되며 음반에는 ‘19세 이하 판매 금지’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한편, 무리한 음반심의에 항의하는 글이 폭주하면서 여성가족부 홈페이지가 이날 오전 6시부터 마비됐다. 오후 4시께 복구된 이후에도 시스템 불안이 지속됐다. 여성부 자유게시판에는 무리한 심의를 패러디 한 항의성 글들이 며칠째 줄을 잇고 있다. ‘가슴 닮은 우리 동네 뒷산을 없애주세요’‘연필 깎는 게 성행위를 하는 것 같으니 연필깎이를 없애주세요’라는 등의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여성부가 “술 한 잔을 다 같이 들이킬게”(2PM ‘Hands up’), “이쁜 여자와 담배피고 차 마실 때”(10cm ‘아메리카노’) 등을 청소년에 유해하다고 판단해 19세 이하에 판매금지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을 비꼰 것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음반심의위원회 위원들을 바꿔서 전문성을 보강하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술ㆍ담배를 직접 권하는 내용만 청소년유해물로 지정하는 내용의 심의세칙(한국일보 23일자 10면 보도)도 조만간 확정하기로 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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