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24일 회담은 일단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하지만 회담 후 통상 실시되는 양 정상의 만찬 회동이 없었고, 당초 예정됐던 오페라 공연 관람 계획도 취소한 채 김 위원장이 서둘러 귀국길에 올라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먼 길을 강행군한 데 따른 건강 문제가 이유가 됐거나, 북ㆍ러 정상회담의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 소스노비 보르에 먼저 도착해 군 공수여단에 새로운 군기를 수여하고 부대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등 일정을 보낸 뒤 영내 영빈관에 머물면서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김 위원장은 오후 1시55분께 1995년식 메르세데스-벤츠-S클래스 승용차를 타고 회담장에 도착, 사회주의 형제국 정상들의 관행대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뺨을 비비면서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만나서 반갑습니다. 10년 전에 처음보고 다시 만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예, 그게 평양에서였죠. 그때 방문의 따뜻한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두 정상은 2000년 평양에서 열린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만났는데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때 크렘린행정실 부실장 자격으로 푸틴 대통령을 수행했었다.
인사가 끝나고 단독회담이 시작되자 김 위원장은 "여기(울란우데)로 나를 만나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사의를 표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여기도 우리나라입니다. 게다가 동반자, 이웃과의 만남에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지요"라고 화답했다.
이어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중인) 며칠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획했던 것을 모두 보셨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특별한 관심과 배려 덕택에 아주 즐겁고 기분 좋은 여행을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회담장 주변에는 각국 취재진이 몰렸으나 러시아 당국은 크렘린 출입기자단에만 입장을 허용했다. 오후 4시께 제11공수타격여단 상공에서 10여 명의 공수부대원이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는 장면이 목격됐고 사격 소리도 들렸다. 훈련장면은 10분 동안 이어졌는데 두 정상은 회담이 끝난 뒤 공수부대원들의 낙하시범을 관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오후 6시30분께 영내를 나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오전 9시께부터 시내관광에 나섰다. 소비에트 광장에 있는 높이 7m의 거대한 레닌 두상 동상을 찾아 머리를 숙였다. 중앙체육관과 드라마극장, 박물관 등을 방문하고 대형상점인 '메가티탄'에도 들렸다. 아침부터 울란우데 시내와 회담장으로 이어지는 도로 주변에는 경찰이 촘촘히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회담장으로 통하는 도로에서는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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