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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주민투표/ 승부수가 패착으로… 오세훈 거취는

입력
2011.08.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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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함에 따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위기와 기회를 맞게 됐다.

주민투표 패배로 정치적 상처를 입었으나 '보수의 전사(戰士)'라는 이미지도 얻게 됐다. 이에 따라 오 시장의 향후 거취와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1일 투표율이 33.3%에 미달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가 언젠가는 총선과 대선 등에 출마함으로써 정치 행보를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은 최근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 시장 측근도 "내년에는 12월 대선뿐 아니라 4월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야권의 복지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 시장직을 내걸었는데 또다시 선거에 출마하면 주민투표 회부의 진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오 시장은 내년 4월 총선 때 한나라당 후보들을 위해 총력 지원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 측은 이날 주민투표에서 투표함 개봉에는 실패했지만 서울 지역에서의 지지층을 재차 확인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측근은 "오 시장이 야당의 투표 거부 속에서도 보수층의 표를 결집한 것은 놀라운 성과"라며 "오 시장은 내년 총선에서 당의 승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선과 관련해서도 한나라당의 요청이 있으면 적극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총선 이후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 시장은 자신의 정치적 스케줄의 중심을 2017년 대선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나이가 50세로 젊은데다가 이번 시장직 사퇴로 장기적으로는 야권과의 복지정책 대결에서 최전선에 섰다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오 시장의 이번 패배로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복지 분야를 선점했다는 평가도 나올 것"이라며 "내년 대선 이후에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 복지 분야와 관련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이 끝난 뒤 오 시장은 1년 정도 해외 유학을 떠나 정치권과 거리를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오 시장이 대선 욕심을 위해 한나라당을 위기에 빠뜨렸다는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한 의원은 "오 시장은 한나라당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펴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은 셈이 됐다"면서 "이번 일로 오 시장은 당심(黨心)을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오 시장은 당장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힐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관측된다. 당 지도부가 10월 보궐선거에 부정적 입장이어서 시장직 연계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린 오 시장 입장에서는 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차원에서 사퇴 시기를 10월1일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승리한 게임에서 즉각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10월 보궐선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야권이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가운데 오 시장이 이날 서울시 대변인을 통해 "하루 이틀 내에 발표하겠다"고 밝혀 여론이 조기 사퇴 방향으로 기울어지면 전격적으로 9월 말 이전에 사퇴할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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