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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회담/ 6자 재개·경협 합의 불구 '한반도 변곡점' 되기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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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회담/ 6자 재개·경협 합의 불구 '한반도 변곡점' 되기엔 한계

입력
2011.08.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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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이뤄진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서로의 속내를 터놓고 가장 깊숙이 논의한 분야는 경제 협력과 6자회담 재개 문제였다. 더 이상 이념의 혈맹을 강조할 수 없는 두 나라의 공통 관심사는 경제와 체제 안전 보장으로 모아졌다.

24일 러시아 바이칼호 인근 '소스노비 보르'(소나무 숲)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먼저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해 긴 시간을 할애했다. 사할린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북한을 통과하는 파이프로 남한까지 연결하자는 게 러시아의 제안이다. 이 경우 북한은 통과 수수료로 매년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는 또 이러한 3국 간 협력이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이날 러시아의 제안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3국 경협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주목 받고 있다. 남-북-러 가스관 건설을 검토하기 위한 북러 간 특별위원회 발족에 합의한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고민해야 할 사안이 적잖은 게 사실이다. 군 기지가 즐비한 북한 동해안을 따라 남한까지 연결되는 대규모 파이프 건설 공사를 허용할 경우 군부 내부의 불만이 높아지고 체제 내부의 동요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구체적 각론에 들어가면 북한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핵 해법도 정상회담의 주요 안건이었다. 김 위원장은 일단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큰 의미가 없다. 다만 나탈리야 티마코바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이 "북한은 6자회담 진행 과정에서 핵물질 생산 및 핵실험 잠정 중단(모라토리엄)을 시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전한 것은 주목된다. 원론적 입장일 수도 있지만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등 책임 있는 사전 조치를 요구해 온 우리의 입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지난 5월 북중정상 회담 성과와 비교해도 초라하다. 당시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 6자회담 재개, 남북관계 개선 성의, 경제∙무역 구체 협력, 신압록강 대교 건설, 북중 간 우의 강화 불변 등의 합의 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양국이 그 동안 소원해진 교류와 협력을 정치ㆍ외교ㆍ군사ㆍ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강화하자는 데 합의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는 2012년을 앞둔 양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식량난에 처한 북한으로서는 김일성 전 주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내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서 국제사회와 이웃국가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다. 러시아로서도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회복하고, 내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북한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결국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몇 가지 현안에 대해 원론적 합의를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거의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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