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는 여야에 희비의 쌍곡선을 남겼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뿐 아니라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4∙27 재보선에 이어 이번 주민투표에서도 승리함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됐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게 됐다.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뤄낸다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세론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게 야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주민투표 패배를 둘러싼 책임론으로 상당 기간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시장뿐 아니라 당 지도부 책임론이 거론될 수 있고, 친이계와 친박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다.
민주당은 승리의 기세를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이어갈 태세다. '나쁜 투표'를 강행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공세를 가함으로써 즉각 사퇴를 이끌어 내고 10ㆍ26재보선 정국을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당장 "오 시장은 아이들의 급식을 두고 무리한 투표를 강행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오 시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확인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요구를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갈 명분까지 확보하게 됐다. 연말까지 계속될 야권통합 국면에서도 민주당은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당 조직을 총동원해서 주민투표를 무산시킴으로써 다른 야당들에게 목소리를 높일 명분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에서는 중앙당 차원에서 무리한 선거를 지원한 사실을 놓고 지도부 책임론이 일면서 내분이 벌어질 공산이 커졌다. 주민투표에 앞서 이미 친박계를 대표하는 유승민 최고의원은 "주민투표에서 지면 지는 대로, 이기면 이기는 대로 당은 상당히 곤란한 위치에 처할 것"이라며 투표 지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청와대와 친이계 일부에서는 "친박계가 투표율 제고에 조금만 더 힘을 보탰다면 33.3% 달성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의 책임론이나 사퇴 시기를 두고도 소란스러울 전망이다. 오 시장이 사퇴하고 바로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여당 지도부로서는 오 시장 사퇴를 최대한 지연시켜야 할 입장이다. 홍준표 대표가 이날 "25% 투표율만 해도 내년 총선에 청신호가 켜지는 것"이라며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소장파와 친박계 일부의 복지 확대 및 감세 철회 요구가 힘을 받으면서 당내 분란이 가열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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