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두 살 최성봉. 맑고 아름다운 바리톤으로 '넬라판타지아'를 불러 세계를 감동시킨 '껌팔이 폴 포츠'. 얼떨결에 출연한 TV 오디션 프로그램 덕에 두 달여 간 이름을 떨치며 꿈 같은 나날을 보낸 그가 다시 현실로 돌아갔다. 그는 지난 20일 막을 내린 케이블채널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코갓탤) 결승에서 아깝게 우승을 놓쳤다.
최성봉에게 주어진 건 아직은 알 수 없는 미래의 어떤 가능성뿐. 가장 빛나는 선물이지만 동시에 불확실한 무엇이다. 앞으로는 그를 이용하려 드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그를 향한 사람들의 비뚤어진 시선이다.
그를 세 번 만났다. 무척이나 단단한 껍질 속에 자신을 가둬둔 사람이었다. "하루살이처럼 살았고", "죽지 못해 견뎠고", "절망 서러움 외로움 속에 던져졌던" 최성봉은 늘 마음이 슬펐다고 했다. 절망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시도도 몇 번. 열 일곱에 어렵사리 검정고시를 봐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깡패나 주정뱅이가 되진 않겠다는 희망이 생겼지만, 그의 현실은 "어떤 꿈도 꾸지 못하게" 했다. 최성봉에게 '코갓텔'은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였다.
최성봉이 CNN 등 해외에서 크게 소개된 직후인 7월 21일, 전화로 첫 만남을 가졌다. 그는 쏟아지는 관심이 "고맙지만 두렵다"고 했다. 토막토막 끊어지는 문장과 짧은 단어로 말하는 그는 어떤 질문에도 바로 답하지 않았다. "말은 독이 될 수 있어서. 말로 상처를 많이 받아서"라고 했다. 18일 결승무대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한결같다. 늘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있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리고 20일 '코갓텔' 최종무대를 찾았다. 연미복을 차려 입고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당당한 최성봉을 봤다. 결과가 발표된 뒤 그의 얼굴에서 아쉬운 기색을 별로 찾을 수 없었다. 큰 무대의 주인공으로 멋지게 노래를 부른 그에게 TV와 함께 한 시간이 행복했냐고 물었다. 그는 "행복했다"고, "나란 아이가 이 자리에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망설임 없이 얘기했다.
'각자 어둠이 너무 어둡지 않기를/ 언제나 영혼이 자유롭기를 꿈꿉니다.' 최성봉이 예선, 그리고 마지막 무대에서 두 번 부른 '넬라판타지아'의 노랫말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마음 추스르는 것"이라는 그의 옆에 진정한 친구가 되려는 사람만 머물기를, 노랫말처럼 그의 미래에 어둠이 깃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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