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어려운 환경 속에서 투표에 당당하게 참여한 서울시민 유권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서 감사 드립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오후 8시30분께 시청 서소문별관 1동 13층 대회의실에 마련된 투표상황실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오후 8시 최종투표율이 개표에 필요한 33.3%에 못 미치는 25.7%로 집계된 직후다.
그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는 가운데 주민투표 실패에 아쉬움을 표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떴지만 사퇴시점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운명의 날인 이날 아침만 해도 오 시장의 표정은 결연했다. 오전 6시45분 서울 혜화동 자치회관 2층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서 부인과 함께 투표를 마쳤다. 오 시장은 8시30분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에서 참배하고 방명록에 ‘나라의 미래, 위대한 시민정신’이라고 적었다.
시청 집무실로 출근한 오시장은 점심시간에 시청 투표상황실에 들러 “애가 탄다”면서도 “아직 비관하기도 낙관하기도 이르니 좀 더 지켜보자”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그는 오후가 되면서 패색이 짙어지자 내내 집무실에 머물며 시간대별로 투표율을 보고 받았다. 오후 4시 이종현 대변인이 시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고 (개표에 필요한 투표율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지만, 오후 퇴근시간 투표율 상승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오후 7시께 투표율이 개표에 필요한 33.3%에 크게 못 미치는 23.5%로 집계되자 시는 상황을 정리한 듯 투표 종료 후 오시장의 입장표명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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